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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 문태준의 '맨발' 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47초 소요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문태준의 '맨발' 중에서



■ 둘 다 아무 것도 없는 것이지만, 맨손보다는 맨발이 더 헐벗은 느낌이 나는 건, 땅을 딛고 나아가야 하는 발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더 안쓰러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시를 가만히 읽으면서 생각하니 인간이 아닌 모든 동물들에겐 맨발이란 말도 우습다. 평생 발에다 뭔가를 덧씌우는 일 따위를 하지 않는다. 인간이 맨발이 될 때의 결연함과 간절함과 괴로움을 그것들은 일상적으로 디디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맨발의 디바라는 이은미가 무대 위에서 뜨겁게 열창하는 바로 그 포즈로, 칼돌과 진창이 널린 바닥을 생략하지 않고 걸어간다. 문태준은 어물전의 개조개가 딱딱한 껍질을 겨우 벌려 발 한 짝을 내놓은 것을 주목한다. 죽어가는 조개가 발이 답답했던가. 기지개를 켜듯 내놓는 맨발의 상처 많은 문양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시인이 마치 아비의 발을 주물러주는 아들처럼 그것을 만지려할 때, 조개는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그 느린 속도로 천천히 발을 껍질 안으로 거두어 들인다. 한 생이 스스로를 자기 속에 가만히 묻어버리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밀었던 맨발. 그 마음은 무엇인가. 시행(詩行) 속으로 뻗은, 맨발의 긴 여운.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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