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도 불황형? 천만에!
-200만원대 호텔 패키지 상품 인기..레스토랑 가격 2배 올려받아도 예약 꽉차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직장인 곽기섭씨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때마다 상술에 넘어가지 말고 간단한 사탕, 초콜릿만 주고받자고 여자친구와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화이트데이가 가까워지다 보니 말처럼 아무것도 안 할 수 없게 됐다. 거리마다 화이트데이 사탕바구니, 액세서리, 여성잡화 등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시내 레스토랑에 가려고 예약하니 1인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곽씨는 “올해 화이트데이는 저가형·실속형 선물이 대세라고 나왔는데 다 거짓”이라면서 “연인끼리는 여전히 고가의 선물이 오가고 으레 이런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기불황 탓에 올해 화이트데이에는 저가형 선물이 잘 나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여전히 거품투성이인 고가(高價)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종로타워 빌딩 33층에 위치한 탑클라우드는 이번 화이트데이 때 예약이 100% 찼다. 탑클라우드는 호텔신라가 운영했다가 최근 동아원그룹이 인수한 레스토랑으로 연인들의 프러포즈 명소로 꼽힌다. 탑클라우드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기존 1인당 5만5000원짜리 뷔페식 구성에서 정찬코스식으로 변경해 바닷가재, 전복스테이크 등 7코스로 구성하고 가격은 1인당 13만7500원으로 책정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가격이 2배 이상 뛴 셈이다. 그럼에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돼 늦장 부린 고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롯데호텔제주는 화이트데이를 겨냥해 200만원짜리 초호화 객실 패키지를 내놨다. 아시아나 왕복 항공권이 포함됐으며 공항에서 내리면 호텔 직원이 마중 나와 호텔까지 에스코트해 준다. 여기에 600만원 상당의 롯데호텔제주 최고급 객실인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 묵는 사치에다가 스페셜 디너와 조식 모두를 객실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함까지 누릴 수 있다. 말 그대로 영화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가격이 고가라 불황에 먹힐까 싶지만 고객들 관심은 예상 밖이었다. 하루에 한 팀만 받기 때문에 14~17일 4일간 딱 4팀한테만 한정 판매되는데 이미 절반이 팔려나갔다. 호텔 측은 완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출시했는데 선보이자마자 바로 대박을 낸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는 3월9~16일 일주일간 판매했는데 200만원대임에도 불구하고 다 팔렸었다”며 “앞으로는 '원파인데이'를 고정 상품으로 만들어 매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한민희씨는 “누가 화이트데이라고 하룻밤 200만원짜리 패키지를 이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화감을 느낀다”며 “제과점에서 1만~2만원짜리 사탕에 만족하는 사람들한테는 먼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 파크하얏트서울은 14일 단 하루, 기존가보다 5만원가량 더 비싼 1인당 16만원, 2인 38만원인 정찬디너를 내놓았는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예약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코엑스는 객실 1박과 딸기 디저트 뷔페 2인 이용권을 묶은 24만~26만원대(1인 기준) 화이트데이 특별 한정 패키지 상품이 이미 20개 이상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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