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성공하려면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류현진(LA 다저스)에게 가장 요구되는 건 체력일 듯하다. 무난하게 경기를 풀어가면서도 좀처럼 4회를 넘기지 못한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메리베일 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4.2이닝 5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삼진 3개를 솎아냈지만 볼넷 2개에 폭투 1개를 범하며 2패째를 떠안았다. 3회까지 투구는 순조로웠다.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줬으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평균 구속 140km 초중반의 직구에 주 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가미했다. 구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커브도 적잖게 주효했다.
문제는 4회였다. 선두타자 카를로스 고메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더니 이내 리키 윅스에게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3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어진 1사 3루에서 크리스토퍼 데이비스에게 적시타를 맞아 추가 실점한 류현진은 폭투를 범해 1사 2루에 몰린 뒤 블레이크 랠리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3점째를 허용했다.
4회에 고개를 숙인 건 처음이 아니다. 류현진은 지난 7일 클리블랜드전에서도 3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4회 흔들리며 2실점했다. 내용은 이날과 적잖게 흡사했다. 선두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했고 담장을 때리는 장타를 맞았다. 모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며 생긴 실투로 난타를 당했다.
선발투수진 합류를 노리는 류현진에겐 분명한 적신호다. 선발투수에게 4회 무척 중요하다. 체력 저하를 느낄 무렵인데다 상대 타순과 두 번째 만나 흐름을 빼앗기기 쉽다. 타자들이 공의 주효 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타석에 서는 까닭.
실제로 이날 밀워키 타선은 4회 직구를 노려 쳤다. 간발차로 홈런과 연결되지 않은 윅스의 3루타와 랠리의 적시타가 대표적.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볼 끝까지 무뎌지자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들었다. 특히 랠리는 다소 높게 형성된 바깥쪽 직구를 기다렸다는 듯 밀어 쳤다. 윅스 역시 게스 히팅이었다.
류현진은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출국 당시 “아무래도 체력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라고 밝혔고, 이후 현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돌입했다. 아직은 시범경기. 직구 구속이나 구위는 정규시즌 자연스레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팀당 162경기의 혹독한 일정을 치른다. 이동 거리도 한국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길다. 반복된 4회 실점에 대한 우려는 선발로테이션 진입 여부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넓게 보면 메이저리그 적응의 문제다. 그 시험무대는 이제 20일 남짓 남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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