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19대 국회의원들이 비상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놓고 일은 하지 않은 채 활동비만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위의 활동에 대한 감시와 평가, 활동비의 지급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국회에 설치된 8개의 비상설 특위는 회의를 평균 3차례 열었다. 평균 회의시간은 1시간39분으로 집계됐다. 특위 위원장에게 지급된 활동비는 모두 2억817만원에 달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도 국회세출예산집행지침'에 따라 특위별로 최저 2140만원에서 최대 3077만원이 지급됐다. 회의 횟수나 활동보고서의 유무와 관계없이 활동 기간에 따라 지급된 것이다.
남북관계특위와 민간인불법사찰조사특위는 첫 회의를 열어 위원장과 간사만 선임한 뒤 단 한 차례도 회의를 갖지 않았다. 사실상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설명이다. 남북관계특위와 민간인불법사찰조사특위는 활동비로 각각 2594만원, 3077만원을 지급받았다.
물론 모든 비상설 특위가 활동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아동·여성대상성폭력대책특위의 경우 각각 4차례에 걸친 소위원회 회의와 전체회의를 통해 63건의 법률안을 심사했다. 이 중 5건을 의결해 본회의에서 처리되도록 했다.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폐지하고 범죄자의 형량을 상향조정하는 한편 피해자에 대한 지원 대책 등이 포함됐다.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필요성이 인정될 때 비상설 특위를 구성한다. 국회쇄신특위는 여야가 총선에서 약속한 국회쇄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폭력대책특위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설치됐다. 아동·여성대상성폭력대책특위, 지방재정특위 모두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는 사안이었다.
여야 모두 이슈가 될 때마다 특위 구성에 합의해놓고 정작 의원들의 참석률은 저조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한 뒤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많았다. 태안피해대책특위에서는 의원들이 자리를 비워 회의 성원이 미달되자 회의 내용을 의원들에게 추후 확인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부득이한 사유로 특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국회법에 따라 휴가신청서인 청가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청가서를 제출한 경우는 결석횟수 93건 중 8건에 불과했다. 자신이 속한 특위에 1번도 출석하지 않은 의원이 11명으로 조사됐다. 국회법 제155조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윤리특위에서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지만 적용된 적은 없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상임위를 비롯한 각종 회의출석에 국회의원들의 윤리의식이 미약하기 때문"이라며 "기획재정부 회의수당지급 규정과 같이 회의 참석시간과 활동내역 등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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