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이번주 뉴욕 증시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고비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즉 시퀘스터가 임박했고, 유럽에서는 금융시장을 다시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이탈리아 총선이 실시된다. 두 이벤트 모두 시장이 기대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뉴욕증시에 힘이 실릴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올해 들어 오르기만 했던 뉴욕증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에서 이뤄질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반기 통화정책 증언도 중요한 이벤트다.
2월 들어 뉴욕증시는 1월과 확연히 달라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우 지수는 3주째 주간 변동률 0.1% 안팎에 불과한 등락률을 기록하며 방향성을 상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주 다우 지수는 0.13% 오르며 3주만에 반등했다. 반면 S&P500 지수는 0.28% 밀리며 8주만에 처음이자, 올해 첫 번째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0.95%를 잃어 2주 연속 하락이자, 올해 최대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시퀘스터 이번에도 극적 타결?= 시퀘스터가 임박했지만 미 정치권의 해법 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시퀘스터 문제를 풀어야 할 주체는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공격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주례 인터넷 라디오 연설에서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그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느냐고 맞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아주 조금만 양보해 주면 시퀘스터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소속 존 호벤 노스 다코타주 상원의원은 공화당은 하원에서 시퀘스터를 피하기 위한 법안을 2개나 통과시켰다며 시퀘스터 책임은 오바마 대통령에 있다며 역공을 펼쳤다.
당장 이달 말까지 민주·공화 양 당이 시퀘스터를 피하기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 하면 내달 1일부터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말까지 850억달러의 연방정부 예산이 자동 삭감된다. 하지만 시퀘스터가 발동돼도 당장 올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앞서 JP모건 체이스는 시퀘스터가 발동해도 허리케인 샌디 피해 보상을 위한 예산이 추가 편성된 탓에 실질적으로 올해 자동으로 삭감되는 예산 규모는 44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BTIG의 다니엘 그린하우스 투자전략가도 이번 회계연도 예산 자동 삭감 규모는 440억달러가 될 것이라며 미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상원이 시퀘스터 처리 법안을 처리하기 전에는 하원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상원이 26일이나 27일 시퀘스터 처리 법안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회 증언= 지난주 뉴욕증시 흐름이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3차 양적완화 속도조절론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는 26일~27일 예정된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의회 증언은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를 계속 하겠다는 뜻을 나타내 지난주 속도조절론에 대한 우려를 다소나마 누그러뜨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26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27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반기 통화정책에 대해 증언한다. 증언을 마친 후 28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석해 금리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미 상무부는 오는 28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정치를 공개한다.
지난달 발표됐던 예비치는 예상 밖의 0.1% 감소를 기록한 바 있다. 월가에서는 수정치가 0.5% 증가로 상승반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DP 외에 지난해 12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 연방주택금융청(FHFA) 주택시장지수, 1월 신규 주택판매, 2월 소비자 신뢰지수(이상 26일) 1월 내구재 주문, 1월 미결 주택판매(이상 27일) 2월 시카고 구매관리지수(PMI), 1월 개인소득과 개인소비, 2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 2월 자동차 판매, 1월 건설지출(내달 1일) 등 다수의 경제지표가 공개된다.
특히 2%포인트 급여소득세 감면 혜택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종료된 가운데 소비 지표들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이번주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도 로우스(25일) 홈 디포, 메이시스, 삭스(이상 26일) 타깃, JC페니(이상 27일) 베스트 바이, 시어즈 홀딩스, 갭(이상 28일) 등 소매업종에 집중돼 있다.
◆이탈리아 총선 결과=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지난주까지 4주 연속 하락했다. 24~25일 예정된 총선에 대한 불안감 탓이다.
당초에는 중도좌파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며 몬티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과 연정을 통해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원내 1당인 우파 자유국민당이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면서 쉽게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가 총리로 복귀한다면 그동안 몬티 총리가 추진해왔던 긴축 정책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향후 연정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대연정 전망도 제기되는 등 총선 결과는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탈리아 금융시장이 최근 흔들리고 있는 이유다.
27일 이탈리아는 10년물 국채 입찰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총선 결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7일 독일 바이에른을 방문해 연설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도 25일 파리에서 통화와 재정정책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HSBC 은행은 25일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를 발표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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