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예전 같으면 중국 관광객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에만 몰렸는데 요즘은 한류 붐 때문인지 토종 브랜드 매장이 오히려 발디딜 틈이 없어요."
국내 대형 백화점에 위치한 설화수 매장 직원의 말처럼 왕서방들의 쇼핑리스트가 바뀌고 있다. 예년 같으면 해외 유명 명품 가방이나 주얼리 매장만 찾아다니던 중국인들이 국내 토종브랜드 및 의류구매까지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매출 역전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번 춘절 기간에는 샤넬, 루이비통, SKII 등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해외브랜드들과 함께 중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국내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춘절 프로모션 기간인 8일부터 17일까지 은련카드 실적이 전년 춘절 프로모션 기간 보다 전점 264%, 본점 252% 신장했다. 지난 해 은련카드 매출 신장률이 156%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0%가 넘는 큰 폭의 상승세다.
현대백화점도 12일부터 17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중국인 고객 매출이 23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1일부터 17일까지 전년대비 2배 가까운 중국인 매출 신장율을 기록했다. 외국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인 고객 매출은 86% 신장했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중국인들의 쇼핑품목이나 구매패턴이 바뀐 점이다.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던 것에서 한류 열풍에 힘입어 동양인에 잘 맞는 한국 브랜드를 더욱 선호하게 된 것.
실제 롯데백화점의 경우 'MCM'이 지난 해에 이어 1등을 차지한 명품 '까르띠에'에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특히, 고가 명품 브랜드임에도 중국인들이 구매한 브랜드 중 구매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중국인들의 사랑을 실감케 했다.
알뜰한 소비패션의 확대와 한류열풍이 이어지면서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영플라자에 입점한 온라인 인기브랜드 '스타일난다'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라빠레뜨', '원더플레이스'가 나란히 구매건수 2, 3, 4 위로 1위 MCM의 뒤를 이었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던 국내 패션 브랜드들에도 변화가 있었다. 춘절 프로모션 기간 중 중국고객 매출 TOP3 브랜드가 지난 해'아이잗바바', '오즈세컨', '지고트'에서 올해는 '듀엘', '모조에스핀', '레니본'으로 바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는 평소 1위를 다투는 타임, 마인 등의 브랜드들이 춘절 기간에는 지고트, 모조에스핀 등에 밀렸다. 이들 브랜드는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이번 기간에 여성복 매출 1,2위를 차지했다.
화장품 역시 평소 SKII, 키엘이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이번 춘절기간에는 설화수와 후의 매출이 역전되기도 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도 지난 해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까르띠에,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시계와 주얼리 브랜드가 강세였지, 올해는 명품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와 함께 로로피아나, 파비아나필리피, 커밍스텝, 오브제, 쏠리드, 시스템옴므 등의 의류 브랜드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대춘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최근 강남스타일의 영향으로 인해 강북에서 이뤄지던 의류 구매 소비층이 강남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백화점이 단순한 쇼핑공간을 뛰어넘는 공연,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한류문화와 연계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어 이러한 중국인 고객 증가세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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