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시간에 쫓겨 검증에 구멍이 난 걸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을 일주일 앞두고 17개 부처 장관 인선을 마쳤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취임 이후로 예정된 인사청문회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요체가 될 미래창조과학부의 김종훈 장관 후보자는 국적 논란에 이어 미 중앙정보국(CIA) 연루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김 후보자는 지명 사흘 전인 14일에야 한국 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돼 적절성 시비가 일었다.
CIA의 방계회사로 불리는 IT보안업체 인큐텔 근무 경력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김 후보자가 벨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된 2005년 CIA의 인큐텔 설립에 관여했고, 이사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그런 경력이 장관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지만, 취임 뒤 미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부총리로 낙점된 현오석(63)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자질 논란과 함께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돼 체면을 구겼다.
현 원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시절 경제정책국장을 지낸 뒤 이렇다할 보직을 맡지 못했다. KDI 원장 시절엔 정부 입맛에 맞게 거시지표 전망치를 윤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잦은 마찰로 연구원들이 조직을 떠나는 등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는 판사인 딸에게 반포의 아파트를 주면서 일부러 담보대출을 받아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지명된 김병관(65)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직에서 물러난 뒤 비리 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일했던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포화를 맞고 있다. 2년 간 2억1530만원의 거액을 받았지만 로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1999년 2사단장 시절 부대 위문금 800만원을 개인 계좌에 넣어 관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공금 유용 논란으로 육군본부의 조사를 받았다는 뒷 얘기가 흘러 나왔다.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차남이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과 장남이 군용 프로그램 납품 업체에서 일했던 전력도 논란거리가 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피부병 담마진에 따른 병역 면제와 석사 학위 취득 과정에 대한 의혹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담마진은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다. 황 내정자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80년 7월 징병검사에서 '만성 담마진'으로 징집면제 처분을 받았다. 또 1995년 성균관대 대학원을 수료한 뒤 10년이 지난 2005년 10월에야 석사 논문을 제출하고 같은 해 12월 학위를 받은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