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야권은 18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허태열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서실장에 내정하자 극렬 반발했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오늘의 인선은 친박 측근들과 인수위로 충성도 높은 청와대 비서진을 구축해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면서 "긴 고뇌 끝에 나온 최악의 인선"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허 내정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았다. 그는 "허 내정자는 2008년 광복절에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갔던 장본인으로서 문제가 되자 '구마노라는 세계문화유산을 보러갔다'는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했었다"면서 "광복절이 우리 민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조차 없는 역사관을 가진 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2009년 7월 부산에서 열린 국정보고대회 자리에서 "민주당을 빨갱이 꼭두각시"라고 한 발언, 2010년 11월 국회 세미나 자리에서 "섹스프리(sex free)하고 카지노프리한 금기없는 특수지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발언, 2012년 3월 동생이 공천대가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고발된 전례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인재가 이렇게도 없는지 국민들은 궁금할 따름이다"며 "박 당선인이 약속했던 국민통합과 소통을 위해서는 인사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허태열 전 의원을 임명한 것은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했던 '국민대통합'의 포기선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허 내정자가 2000년 부산북.강서을 총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자 "이러다 우리 자식이 호남사람 종살이할지 모른다"고 한 발언을 소개하면서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해 선거에서 이긴 부끄러운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지역감정조장으로 국민을 분열시킨 인사를 강력한 권한을 지닌 새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해놓고 '국민대통합'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박근혜 당선인은 '지역감정조장 전문범' 허태열 비서실장의 지명을 철회하거나, '국민대통합' 레토릭을 집어치우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정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장고 끝에 악수라더니 허태열 비서실장 인선은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정부가 약속한 국민통합실현을 위해 더욱 더 구태를 벗고 신중하게 나아가기를 바란다"면서 "인수위 인사과정에서 불거진 소통부재와 사전검증 부재의 문제를 철저히 되돌아보고 향후 국민들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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