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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시영의 '맺힘'

시계아이콘00분 21초 소요

겨울이 깊어지자 라일락나무에 다시 꽃망울이 돋았다
거리엔 바람 불고 하늘은 푸른데
세상의 모든 아픈 것들은 저렇게 오는가


■ 독거노인. 허리 꺾인 계단. 어둑한 방에 배달된 더운 밥 한 그릇처럼 봄아, 실의의 냉골에 군불 지피는 웬 젊고 고운 여자야. 먼 걸음 하여 굳이 이 폐허로 찾아온 뜻이 스스로 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해서임을 알지만, 그래도 미안하구나. 아직 나는 방도 쓸지 못했는데 세수하지도 않은 손으로 너를 잡는구나. 부암동 가는 길, 빨랫감 이고 넘던 조석고개에서 몰래 제풀에 녹아 제법 물소리를 이룬 홍제천이 귀를 세운다. 봄 덜된 빛들이 무르익는 빛에 묻어가는 은혜. 이즈음엔 잎이 꽃보다 곱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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