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인수전서 눈 돌린 대한항공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대한항공이 다음달 1일 예정된 체코항공 지분 인수전에 참여한다. 유럽지역 노선의 전략적 요충지인 체코의 국영항공사 지분을 인수해 유럽 노선을 더욱 견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은 체코항공 지분 인수전에 단독 입찰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구성된 인수팀을 통해 체코항공 실사를 진행 중이다.
체코항공은 체코정부가 설립한 체코항공지주회사가 지분 95.7%를 가진 국영항공사다. 체코항공은 유럽발 경기침체 등으로 경영난에 봉착함에 따라 44%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체코 정부 자체적으로 외국인 출자지분을 49% 이하로 정해, 이번 인수전을 통해 지분을 매입한다고 해도 1대 주주는 체코 정부가 된다.
대한항공은 체코항공의 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지분 인수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정학상 체코를 거점으로 한국발 유럽 노선 확대가 가능해져서다. 대한항공은 현재 인천-프라하노선을 운영 중으로, 프라하를 경유해 유럽 지역으로 노선을 확대할 수 있는 강점이 생긴다. 이어 대한항공은 한국 국적 항공사지만 유럽 항공사의 지분을 대다수 소유함에 따라 유럽 항공사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럽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하 노선의 강화에 따른 수익 확대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현재 체코항공은 세계 41개국 69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전에는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카타르항공 등에서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체코항공의 지분 매각가는 500억원 규모로 알려지지만 오일머니를 앞세운 카타르항공의 자금력이 공세에 따라 인수전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한항공은 지난해 추진됐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에서도 적정가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찰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이번 체코항공 인수전에서도 합리적인 선에서의 인수가를 책정해 입찰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체코항공은 스카이팀 멤버로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맺고 있으나,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더욱 협력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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