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정직이란 참 고독한 단어이지요(Honesty is such a lonely word)' 팝 가수 빌리조엘의 'honesty' 후렴구는 '그 날'이후 7년째 유진룡(57)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의 휴대전화 연결음을 장식하고 있다.
2006년 8월 문화부 차관이 된 그는 취임 반 년만에 옷을 벗었다. 청와대는 신문유통원 출범 과정의 업무 태만이 경질 사유라 했지만, 이 말을 믿는 이는 드물었다. 관가에선 아리랑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장 추천 과정에서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요구를 거부한 게 인사 보복으로 돌아왔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신상발언을 삼가는 그도 무겁게 입을 열었다. 유 당시 차관은 "청와대가 방송 경력도 없는 지나치게 '급'이 안되는 사람을 문화부 산하 아리랑TV 부사장 직으로 앉히자며 인사 청탁을 해 거절했다"고 폭로했다.
뒷 얘기는 더 기막혔다. 인사 청탁을 거부한 뒤 "청와대 홍보수석실 인사가 전화를 걸어와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 드리지요'라고 협박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배 째' 발언의 당사자가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양정철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물론 양 전 비서관의 말은 전혀 다르다.
그렇게 30여년 몸담은 문화부를 떠나며 유 차관은 '소오강호(笑傲江湖·강호의 패권싸움을 손톱의 때 만큼도 여기지 않음)'라는 말을 남겼다. "농담이지만, 오래전 심심풀이로 읽었던 대중 무협소설의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목이 소오강호였든가 싶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일갈했었다.
하지만 유 차관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사행성게임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자 출국금지를 당하고 감사원 조사를 받는다. 게임장 경품용 상품권 제도 도입 당시 주무 국장이었다는 게 이유였지만, '괘씸죄'에 걸렸다는 게 문화부 후배들의 생각이었다.
여행을 즐기는 그는 '혐의 없음'으로 결론난 뒤 안부 전화에 "지금 지리산입니다. 나갈 수 없어 올라갑니다"라는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유진룡이 교수직을 접고 장관으로 귀환한다. 장교로 마친 병역, 이미 공개된 재산, 발군의 업무 능력. 어느 쪽을 봐도 청문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필귀정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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