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전체 자산의 73% 차지…집값 10% 떨어지면 자산 4% 감소
-건설업 고용 인구 177만명…700여만명이 건설업 경기에 직격탄 맞아
-양도세 중과 완화 등 세제 외 "LTV·DTI 등 금융규제 완화도 검토할 때"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내수시장에서 빠지기 어려운 부분이 부동산분야다. 거래가 너무 줄어 비정상적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가격하락 기대감이 여전한 데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부각된 영향이 크다.
박근혜 당선인의 말처럼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주택시장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국민 대다수가 자산의 70% 이상을 주택 등의 부동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는 데 쉽게 지갑을 열 사람은 없다. 집값 하락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집값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기업의 입장에서도 주택 시장 정상화는 곧 생존과 직결된다. 해외시장 개척으로 포트폴리오가 전에 비해 다양해졌지만 주택부문은 여전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지금은 시장이 약간 침체된 수준이 아니고 전반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태"라며 "따라서 하나씩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기보다 각종 규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과감하게 개선을 해 서민들의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 73%가 부동산…"집값 떨어지면 지갑 닫아"=주택 시장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에서 잘 드러난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가계의 자산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39.7%로 가장 크다.
이어 주택 외 부동산이 33.3%로 주택과 그 외 부동산이 전체 자산의 7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고 있는 집값이 10% 떨어질 경우 전체 자산이 4% 정도 줄어드는 셈이다. 이충렬 건설협회 기획조정실장은 "재산의 대부분을 주택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30% 이상 하락해 은퇴 후 노후 생활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 시황도 내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이 취업유발 효과는 10억원당 13.7명으로 전산업 평균치를 1명 가량 웃돈다. 이는 10억원을 건설업체 투자했을 때 다른 산업보다 1명을 더 고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조원을 SOC에 투자할 경우를 가정하면 1만명의 추가 고용 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2년 말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177만명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경우 7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건설경기에 따라 씀씀이를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그 중 60% 이상이 일용직 근로자로 주택 경기 침체는 서민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국내 건설수주 규모도 2012년 101조원 가량을 기록해 금융위기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빙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2년 4분기 부동산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은 총 72만가구로 전년 91만 가구보다 21%가 줄었다. 이는 KDI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2008년 7월 고점대비 13.7%가 하락했다.
주택 거래의 위축은 업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건설투자는 주택거래 부진으로 2008년 금융위기 후 마이너스(-)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건설투자 성장률 추이를 보면 2008년 -2.8를 기록했던 게 2009년 3.4%로 잠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2010년 -3.7%, 2011년 -5.0%로 해가 지날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다.
◆"LTVㆍDTI 등 금융규제 완화 카드 손질할 때"=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기위해 걸어 놓았던 거래의 빗장들을 현재 시장 상황에 맞게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LTV(주택담보대출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규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LTV와 DTI 카드는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대출 문제 때문에 정부가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손대지 않고 금단의 열매로 남아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주택거래 위축과 내수부진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가계 대출 문제를 심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량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해 일단 돈줄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토해양부와 금융당국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부동산 거래 정상화 대책을 마련토록 주문한 것도 시장에서는 이제 금융 카드를 꺼내들 때가 됐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역구기관인 KDI가 최근 보고서에서 LTV를 현행 60%에서 8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금리가 높은 제2 금융권 대출을 제1금융권으로 전환시켜 이른바 하우스 푸어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지만 상한선이 높아지면 어떤 식으로든 풀리는 돈이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LTV를 완화해도 DTI 규제를 그대로 놔두면 결국 개인의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가 종전처럼 제한된다는 점에서 DTI에 대한 규제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규모를 개인의 소득에 따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개별 은행들이 저마다 대출 상환 능력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은행 자율에 맞겨도 금융권 부실이나 가계대출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세제 추가 완화 필요성도 줄곧 제기되고 있다. 6개월 감면기간이 연장된 취득세의 경우 항구적으로 감면토록 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을 통해 거래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유명무실해진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다.
업계에선 안전성 논란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방안도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충렬 건설협회 실장은 "대한건축학회 연구 결과 3개층 증축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됐다"며 "구조안전이 보장되는 경우 수직증축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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