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1980년대 액션영화의 고전 '탑건'의 3D로 돌아왔다. 1986년에 제작된 탑건은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 대위(톰 크루즈)를 둘러싼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특히 미국의 F-14 톰캣과 소련의 미그 28이 벌이는 역동적인 공중전 장면으로 당시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는 8일(현지시간) 탑건의 3D 변환 작업을 진행한 샌디에이고 소재 영상업체 '레전드3D'의 작업과정을 소개했다. 레전드3D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3',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의 3D 작업을 담당한 업체다.
탑건의 3D 변환작업은 지난 2011년 8월에 시작됐다. 영화제작사인 파라마운트가 자사 영화 중 3D로 변환시키고 싶은 작품들을 선정하면 레전드3D는 그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2011년은 마침 탑건이 개봉한지 25주년 되는 해였기 때문에 레전드3D 측은 망설임없이 이 영화를 3D변환작으로 선정했다.
변환 작업은 그후로 1년만 2012년 8월 9일에 완료됐다. 탑건의 감독인 토니 스코트가 완성된 작품의 감수를 담당했다. 스코트 감독은 같은 달 LA의 빈센트 토마스 다리에서 투신 자살해 사망하기 전 이 영화를 감수했다.
레전드3D 대표 베리 샌드루는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토니 스코트 감독은 3D 작업에 있어 어떤 점이 더 필요한지 몰랐다"며 "첫 편집본을 보여줬을 때 그는 완전히 감동했고 우리에게 모든 걸 맡겼다"고 회상했다. 탑건의 공중전 장면을 스틸 사진으로 기록했던 사진작가 클레이 레이시도 3D 버전 탑건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3D 변환을 위한 첫 작업은 오리지널 필름을 완전히 새것같은 디지털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우선 필름을 4K 해상도(4096*2160)의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한 후에 필름에 묻어있던 미세한 먼지 자국을 없앴다. 제작팀은 먼지가 제거된 4K 영상을 참고해 다시 필름을 6K 해상도(6000*4000, 풀HD의 11.5배)의 초고화질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했다.
제작팀은 영화 내용 전반에 걸쳐 정서적 깊이감을 더했다. 영화속 인물들의 정서를 단계별로 구분해 3D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인물간 갈등이나 애정이 깊어지는 장면에서 관객들도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3D 효과가 들어간다.
물론 이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공중전 장면은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게 표현됐다. 베리 샌드루는 "관객이 현기증을 느끼게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관객이 실제 조종석에 앉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를 위해 레전드3D 제작팀은 은퇴한 탑건 조종사를 초청해 공중전 장면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자문단 중 한명은 베리 샌드루에게 "F-14가 공중 선회하는 느낌을 다시 떠올리게 해줘 고맙다"고 감사인사까지 했다.
그 다음에는 컷마다 주요 요소와 보조 요소를 구분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여주인공이 주요 요소라면 뒤에서 흔들리는 커튼은 보조 요소로 분류된다. 요소별 구분이 끝나면 앞서 말한 정서적 깊이감을 더하는 작업을 위해 입체감을 조정하는 작업이 잇따랐다. 제작팀은 등장인물의 표정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인물의 얼굴을 입과 이, 혀, 눈 등 기관별로 구분해 각각 따로 입체화 작업을 했다. 이런 변환 기술은 모두 샌드루가 80년대 관련직종에 종사하며 발전시켜 온 것들이다.
영화속 날씨 표현에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3 작업을 하며 쌓은 노하우가 많이 도움이 됐다. 트랜스포머에서 번개가 치거나 안개가 끼는 등의 기상효과를 내기 위해 레전드3D는 다수의 특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탑건의 3D 작업에도 도움을 준 것이다.
제작팀은 직접 미 해군부대를 찾아가 F-14 전투기의 이착륙을 가까이서 관찰했다. 조종사의 시각에서 캐노피에 반사되는 실내 모습이 어떤지, 유리창 너머 보이는 물체는 어떻게 보이는지도 연구했다. 영화속에서 미그기가 F-14의 뒷날개를 맞추는 장면에서 이같은 연구의 성과를 엿볼 수 있다.
이미 유명한 영화를 다시 3D로 변환하는 작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샌드루는 "영화음악처럼 3D효과는 영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부가 효과 중 하나"라고 말한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배가시키는 영화음악처럼 3D 효과도 각장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액션과 스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샌드루는 3D 영화를 보며 현기증과 두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 "스크린에 가까운 자리에서 관람할 수록 증상이 심해진다"며 "되도록 멀리 앉는다면 눈에 부담이 덜 가고 편안한 관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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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3D는 미국에서 이달 8일부터 13일까지 아이맥스 3D로 일주일간 제한상영한다. 오는 19일에는 블루레이판이 출시된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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