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가 급등한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로 환율 안정화를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각국 정부가 공동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해 외환시장 개입에 반대해 온 독일과 불협화음을 예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유로화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유로존 각국 정부들의 공공재정 운영과 경제 생산성 제고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유로화가 국제외환시장의 분위기에 의존해 요동치도록 방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로화 동향이 유로존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도록 유로존이 나름의 외환관련 정책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각국 정부가 환율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에 환율 목표치 설정을 요구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현국제외환시장 시스템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ECB가 인플레이션 관리 등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하고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각국이 경기침체 위기에 대응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서고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붙잡아 두면서 ‘글로벌 통화전쟁’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유럽의 경우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를 통제하는 데 거의 영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적극적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반대해 온 독일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유로존 핵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차가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최근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밀어붙이고 엔화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 “정부가 중앙은행을 압박해 정책 실패의 뒤처리를 하도록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필립 뢰슬러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앞서 파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로존의 최우선 과제는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동시에 수출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이는 상호모순”이라면서 “너무 높은 유로화 가치가 바로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노무라 런던지사의 알래스테어 뉴튼 선임정책애널리스트는 “올랑드 대통령이 진심으로 유로화 가치를 절하하기 위한 구체적 외환정책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는 최근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조치로 달러화와 엔화가 약세를 달리는 상황에서 유럽 정치권이 어떤 식으로든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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