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해외 유명 관광지의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빈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에 잠겨 훼손된 동전들이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한국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전 교환 때문에 업무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 국부도 낭비되기 때문이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순경 남태평양 나우루 공화국에서 온 폴루크민 씨는 한은의 화폐교환 창구를 방문했다. 그가 가방을 열자 낡고 찢긴 우리나라 화폐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금액은 무려 2200만원. 훼손된 돈들이라 기계도 사용할 수 없었다. 4명의 한은 직원이 달라붙어 바꿔주는 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
최근 석 달간 비슷한 사례가 3건이나 됐다. 10월 말엔 호주에서 온 론니 씨가 6857만원 어치의 지폐와 동전을 내밀며 "비행기 시간이 급하니 빨리 바꿔 달라"고 재촉했다. 이에 다른 팀 직원까지 총 12명을 동원해 세 시간 반 만에 새 돈을 교환해줬다.
11월 중순엔 중국인 쒸에쥔(薛) 씨가 242만원을 갖고 왔다. 액수는 작지만 500원짜리가 3200개나 돼 직원 5명이 일일이 손으로 세야 했다. 올해 1월에도 미국인 스캇 씨가 베트남 부인과 함께 893만원을 바꿔갔다.
이들이 교환한 돈은 내국인이 외국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 관광지의 분수에 던진 동전이나 박물관에 넣은 지폐 등이다. 외국인이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바꿔간 액수는 1억원 정도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교환객은 교환한 새 돈을 바로 시중은행 등에서 환전해 출국하는 것 같다"며 "재활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 정도가 심해 여러 사람을 동원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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