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바니에르 집행위원 "리카넨 보고서, 경제성장 저해 위험 내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리카넨 위원회가 제안한 은행 규제에 대한 내용을 완화해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은행 규제개혁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클 바니에르 EU 집행위원이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은행 규제가 경제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며 리카넨 보고서의 제안 내용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FT가 29일 보도했다.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은행업계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리카넨 위원회는 지난해 EU 집행위가 에르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중심으로 구성한 독립 전문가 그룹이다. 리카넨 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대형 은행의 투자은행과 소매은행업 분리를 강조하는 유럽 은행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한 리카넨 보고서를 EU 집행위에 제출했다. 리카넨 보고서는 은행의 자기자본거래를 금지한 미국의 볼커룰과 소매금융과 투자금융의 분리를 강조한 영국의 비커스룰에 비견됐다.
바니에르 위원은 라카넨 보고서의 핵심 제안 내용이 유럽의 경제전망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리카넨 보고서의 이행은 은행업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경제에 기여하는 은행들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쪽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니에르는 경제 활동에 도움이 되는 은행 활동에 벌칙을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시장 조성자로서 은행의 역할은 부분적으로 경제 지원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카넨 보고서가 미칠 영향력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여름이면 은행 구조개혁에 대한 모든 것을 검토해본 후 선택과 우선 집중해야할 사항들에 대해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바니에르 위원의 입장에 유럽 은행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리카넨 보고서가 공개됐을 때 유럽 은행업계는 리카넨 보고서 내용이 채택될 경우 유럽 은행들이 과도한 구조조정 위험에 노출되며 미국 은행들과의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은행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쪽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리카넨 위원회에 참석했던 마르코 마추첼리는 정책 관계자들이 과거의 문제를 고치기도 전에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위험하다며 바니에르 위원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현재 스위스 투자은행 율리어스 바에르의 선임 고문을 맡고 있는 마추첼리는 "최근 시장 상황이 회복됐다고 이에 안도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리카넨 위원회가 제안한 내용들은 위험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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