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명 무릅쓴 MB의 '셀프사면', 도대체 왜?

시계아이콘02분 3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29일 결국 설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 차기 대통령인 박근혜 당선인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구 정권간 갈등이 본격화됨은 물론 이 대통령은 '셀프사면'ㆍ'권력 남용'이라는 비난을 안게 돼 퇴임 후까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설 특사를 강행한 것은 우선 '특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명분을 세웠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종교계, 정치권, 경제계 등 각계 각층에서 사면을 요구해왔고, 대통령의 권한을 법과 원칙에 따라 적절히 행사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과 정치권의 반대한다고 해서 이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접을 수는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지난 연말부터 법무부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 후 지난 25일 사면심사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아 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특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았고 엄밀히 대상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설 특사안을 의결한 국무회의 직후 국무위원들에게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위해 처음으로 민간 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 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진일보한 절차를 거쳤다"며 "우리 정부에서의 사면은 민생 사면을 위주로 하고 정치 사면은 당초 약속대로 절제해왔으며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적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측은 반발이 심한 이번 설 특사의 명분을 갖추기 위해 모양새에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하다. 이 대통령의 친인척은 배제했고, 임기중 발생한 비리 사건도 제외했다. 이에 따라 저축 은행, 민간인 사찰 등의 연루자는 사면 명단에서 빠졌다. 또 '중소기업 대통령'을 내건 박 당선인을 의식한 듯 경제 5단체의 추천 대상자중 중소기업ㆍ중견기업인들이 주로 사면대상에 올랐다. 야당ㆍ시민단체 등에서 줄곧 요구해 온 용산사태 관련자들도 사면에 포함해 사회갈등 해소라는 의미도 담았다.

그러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대거 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같은 모양새 갖추기는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셀프 사면'이라는 비난을 감수한 것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경우 자신의 최측근들에 대한 사면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박 당선인이 평소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이 대통령은 측근 중에서도 유독 부채의식을 갖고 있는 천 회장, 최 전 위원장, 박 전 의장 등을 자신의 임기 내에 사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일각에선 "차기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차기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 정부에서 털고 갈 것은 털고 가겠다'는 생각이 강하며, 이번 특사 단행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연초 전기요금 인상과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택시법' 거부권 행사, 2차례나 실패한 '나로호' 재발사 시도 등을 통해 차기 정부의 부담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번 특사도 같은 차원에서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역대 정부에서 매번 임기말 특사가 있었다는 점도 청와대가 이번 특사를 강행한 이유로 꼽힌다. 청와대 내부에서 특사 반대 여론이 들끓자 "남들 다 했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말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등을 특별사면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을 사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12월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을 특별사면했다.


박 당선인의 강한 반대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특사를 강행한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청와대 측은 특사를 둘러 싼 논란이 신-구 정권간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면서도 결국 '정면 충돌'의 길을 선택했다. 특히 반대 여론이 거셌던 이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특사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당분간 국민들의 비판 여론은 물론 새누리당ㆍ박 당선인 등 '같은 편'으로부터도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사전 교감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사면 반대 입장을 피력하긴 했지만, 모두 대변인을 통해 원칙론만 강조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선 최근 인수위의 입장 표명은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청와대가 '원칙과 절차'에 입각해 사면을 단행했다는데, '차기 대통령'에 불과한 박 당선인으로선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기 위한 모양새 갖추기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와 박 당선인 측은 특사안이 의결된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전후해 아무런 행동이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면으로 지난해 12월25일 박 당선인의 '청와대 낙하산 금지' 발언 이후 금이 가기 시작한 청와대-박 당선인측의 갈등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부패ㆍ비리로 처벌된 측근을 사면한 대통령"(셀프사면)이라는 오명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4대강 사업, BBK 의혹, 민간인사찰 등 안 그래도 퇴임 후까지 이 대통령을 괴롭힐 일들이 많은 상황이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