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대통령직인수위가 올해 설을 맞아 예상되는 특별사면단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설 특사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등 대통령의 측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26일 삼청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임기말 특별사면 관행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더구나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이같은 입장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이냐는 질문에 "인수위대변인으로서 충분히 상의드렸다"고 말해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임을 시사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경제민주화 대선공약을 발표하면서 대기업 지배주주ㆍ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앞서 7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전유죄 유전무죄' 같은 말이 국민에 회자되고, 돈 있고 힘 있으면 자기가 책임을 안 져도 되는 상황이 만연된다면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해도 와닿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설 특사를 둘러싼 국민의 부정적 여론은 새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기간 '특별사면권 제한'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뿌리가 같은 현 정부가특사를 단행한다면 자신의 약속과 배치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새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상황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수의 국민은 임기말 대통령이 관행적으로 단행해온 특사로 권력형 비리나 부정부패에 연루돼 형을 살고 있던 인사들이 대거 풀려나는 모습을 비판해왔고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청와대에서 애초 설 특사 얘기가 흘러나올 때부터 박 당선인은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들에게 "청와대가 당선인과 그 문제(특사)로 의견을 나눈 바 없다. 명시적으로 의견을 서로 교환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대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인데도, 이 대통령이 특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더 늦기 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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