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중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감사 업무 전반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고객사도 엄격한 검증을 거쳐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챌리 마 딜로이트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를 통해 잇따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부실한 회계관리를 지적하면서 “잠재적 기업 고객과 계약할 경우 더욱 엄격하고 신중해진 기준을 적용해 균형적인 재무관리 상태 등을 살펴보는 등 절차를 바꿨다”고 언급했다. 다단계의 검증을 통해 ‘정직하지 못한 기업’을 골라내겠다는 것이다.
현재 딜로이트는 미국 시장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중국 기업들의 회계감사 문제에 대한 적절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회계부정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관련 감사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회계법인들이 중국의 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거부하자 SEC는 행정절차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년 간 중국 기업들은 본토의 규제를 피해 미국과 캐나다 주식시장에 상장해 수십억 달러를 조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부실 기업들이 상장사를 인수하는 식의 우회상장을 통해 당국의 검증을 회피하거나 분식회계·횡령·주가조작 등을 저질러 문제가 됐다. 캐나다 증시에 상장했다가 회계부정 문제가 제기돼 파산한 시노포레스트나 나스닥에 상장됐다가 주가가 곤두박질했던 차이나미디어익스프레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한 미국 증권감독 당국은 조사에 나섰으나 해외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쉽지가 않고 적발해도 제재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 현지 회계법인들이 해당 기업들에 대한 감사가 허술했고, 딜로이트·KMPG·언스트&영·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 이른바 ‘글로벌 빅4’ 기업회계 전문법인들도 ‘불량고객’들을 무분별하게 받아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SEC는 지난해 12월 자료제출을 거부한 4대회계법인의 중국 현지법인을 기소하는 한편 이들을 도운 상장자문회사로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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