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알리려고 소비자 현혹하고 오도"..AP 시장서 경쟁하는 삼성 견제용 발언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폴 제이콥스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야심작 '엑시노스 5 옥타'에 대해 '광고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주요 고객사이자 협력사이지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어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언와이어드뷰에 따르면 폴 제이콥스 CEO는 최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처럼 코어수가 많은 AP를 채용하는 기업의 목적은 제품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한 것이지만 이 같은 마케팅 뒤에는 큰 문제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엑시노스 5 옥타는 갤럭시S 4나 갤럭시노트 3에 탑재될 삼성전자의 주요 부품이다. 4개의 고성능 코어 '코어텍스-A15', 4개의 저성능 코어 '코어텍스-A7'등 총 8개의 코어로 이뤄졌다. 코어가 많을 수록 멀티태스킹이 빠른데 지난 2011년에는 코어가 2개인 듀얼코어가, 2012년에는 코어가 4개인 쿼드코어가 스마트폰 시장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엑시노스 5는 코어수가 8개이지만 동시에 구동 가능한 코어수는 최대 4개로 쿼드코어와 같다.
폴 제이콥스 CEO는 엑시노스 5 옥타의 경우 4개의 고성능 코어의 전력 소비가 너무 많아 삼성전자가 추가로 4개의 저성능 코어를 달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제품을 알리기 쉬운 마케팅이지만 근본적으론 소비자를 현혹하고 오도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퀄컴의 새로운 스냅드래곤 800, 스냅드래곤 600 시리즈가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 등 자사 주요 스마트폰에 퀄컴의 모바일 AP를 채용하고 있고 자사 공장에서 퀄컴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퀄컴의 주요 고객사이자 협력 관계인 삼성전자를 향한 폴 제이콥스 CEO의 공세는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은 38.8%의 점유율로 1위, 삼성전자는 25.9%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P, 퀄컴은 AP와 통신칩을 결합한 통합 AP 시장에서 우세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 시장을 잡기 위한 의도도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2011년 퀄컴의 매출에서 ZTE, 화웨이 등 중국 휴대폰 제조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7%로 국내 제조사(23%)를 넘어섰다. 이전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이 퀄컴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며 줄곧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였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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