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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한강변에서 돌도끼를 든 6000년 전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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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암사동 선사유적지,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시간을 한참이나 거슬러 올라가 본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6000년 전으로. 별이 쏟아진다. 불타는 장작 위로 갓 잡은 물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강물은 거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아비와 어미, 딸과 아들은 모닥불 주위에 모여들었다. 익은 물고기를 한 점씩 먹으면서 별을 존중하고, 강물을 사랑했다. 억새풀로 엮은 움막집에 짙은 어둠이 찾아오면 잠자리에 든다. 밤이 지나고 다음 날 해가 뜨면 아비는 또 다시 강가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올 것이다. 그 물고기로 아내와 자식을 먹이고, 별을 보고, 흘러가는 강물을 사랑하던 가족은 지금 사라졌다. 그러나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겨뒀다.

60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다다라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그곳엔 6000년의 신석기 역사를 담고 있는 선사 유적지가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였고 풍족하진 않았지만 '내 노동으로' 자급자족하던 선사 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암사동 선사유적지가 그곳이다.


[서울스토리]한강변에서 돌도끼를 든 6000년 전 그를 만났다 ▲움집에 눈이 내렸다.[사진제공=강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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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동은 신라시대 9개의 절이 모여 있었다. 그래서 '구암사(九岩寺)'라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직접 이름을 지은 사액서원인 '구암서원'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의 '암사동'이란 지명이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그 역사가 깊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였던 1925년 을축년. 네 차례에 걸쳐 큰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한강을 끼고 있는 암사동에 대홍수가 일어났다. 고요하던 강물은 성난 파도가 돼 온갖 것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흙들이 쓸려 나가고 파이고 집들이 떠내려갔다. 그때 휩쓸려 나간 흙더미 아래 수 천년을 인내해 온 빗살무늬토기가 가만히 모습을 드러났다. 신석기시대 주거지의 모습이 나타나던 순간이었다. 이후 1967년 대학연합발굴단이 암사동 조사를 시작했고 국립중앙박물관의 네 차례에 걸친 발굴 작업을 통해 1979년 국가사적 제267호로 지정됐다.


암사 선사유적지가 2013년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추진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앞서 암사 선사유적지는 올해 큰 변화가 있다. 지금은 올림픽대로가 암사동 선사유적지와 한강을 '싹둑' 잘라놓고 있다. 연결통로가 없다. 6000년 전, 이곳에 도로는 없었다. 강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살았을 것이다. 서울시가 지원에 나섰다. 암사동 유적지와 한강둔치를 녹지대로 연결하는 '암사 초록길 사업'이 시작된다. 서울시 예산 30억 원이 반영됐다.


또 하나 그동안 예산이 없어 주춤했던 '암사역사생태공원'이 모습을 갖추게 된다. 국토해양부의 20억, 서울시 46억4000만 원 등 총 66억4000만 원이 암사역사생태공원 사업에 투입된다. 암사역사생태공원은 암사동 211-1번지에 11만133㎡(약 3만3300평) 규모로 조성된다.


[서울스토리]한강변에서 돌도끼를 든 6000년 전 그를 만났다 ▲아이들이 움집을 만들고 있다.

암사 선사유적지에 도착하면 먼저 맞닥뜨리는 곳은 '시간의 길'이다. 동굴로 만들어진 이 길은 양 쪽으로 모니터가 있어 현대에서 근대, 조선, 고려, 신라, 그리고 마침내 6000년 전으로 길을 거슬러 오르는 영상을 보여준다. '시간의 길'을 벗어나면 '체험움집'을 만난다. 체험움집은 억새풀로 만들어진 7개 동으로 한 움집 당 10명 정도가 머물 수 있다. 날이 따뜻한 봄에서 가을까지 1박2일 동안 직접 이곳에 살면서 당시의 생활을 느낄 수 있다. 체험움집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선사 체험교실'이 자리 잡고 있다. ▲빗살무늬 토기 만들기 ▲어로 ▲채집 ▲수렵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총 2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는데 대부분 학교 단위의 초등학생이 많았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체험교실'이다.

암사동 선사 유적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시민들도 암사동에 유적지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 의미와 어떤 발자취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강동구가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서울 암사동 유적'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한양대 배기동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암사동 유적에서 나온 첨저형 빗살무늬토기는 신석기 시대 생활예술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며 일본 '죠몬 토기', 중국 '채색 토기'와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토기 문화라고 강조했다.


[서울스토리]한강변에서 돌도끼를 든 6000년 전 그를 만났다 ▲빗살무늬토기.

암사동 선사유적지 보존과 발전을 위해 강동구청은 올해 전담과도 설치했다. 그동안 팀 단위 조직이었는데 이를 확대해 선사유적과를 만든 것이다. 선사유적과의 윤희진 학예사는 "올해는 무엇보다 스쳐 지나가는 관람 수준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깊이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할 것"이라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깊은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좋은 교육이자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하는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을 제대로 평가받고 전 세계에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올해 유네스코 등재 추진에 맞춰 관련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하반기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000년 전의 암사동, 이곳에서 살았던 그들은 지금보다 오히려 행복하지 않았을까.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노동을 팔아 돈으로 교환할 수밖에 없는, 그것도 제대로 교환되지 않는 불평등한 지금의 현실! 6000년 전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 물고기를 잡거나 열매를 따 가족이 먹고 살았다. 호수 곁에는 언제나 물고기가 있었고 산에는 땔감이 많았다. 내 노동으로 자급자족했던 그들의 모습을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다는 것, 축복이자 행복이다.


[서울스토리]한강변에서 돌도끼를 든 6000년 전 그를 만났다 ▲따뜻한 날에는 직접 체험할 수 있다.[사진제공=강동구청]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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