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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계형 문구점, 작년 3000개 문 닫아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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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만7800여개로 10년 전과 비교해 1만개 ↓
‘학습준비물 없는 학교’ 본격시행 4년, 입찰경쟁서 밀려 ‘찬밥’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앞. 두 개의 작은 문구점이 위치해 있다. 간판은 누렇게 색이 바랬고, 주위를 지나는 학생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내부는 노트와 연필 등 다양한 학용품과 간식용 먹거리들로 가득하다.


3년 전만 해도 이 부근엔 4개의 문구점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2년 전 두 곳이 셔터를 내렸다. 이곳에서 6년 째 문구점을 운영한다는 한 업주는 “학교에서 공동구매가 시작된 이후부터 점차 (경영이) 어려워 졌다”며 “학기 중에도 학생들이 적은데 더구나 지금은 방학 중이라 말할 필요도 없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들이 경영악화로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업주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 2010년 ‘학습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의 본격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개별 학교의 입찰경쟁에서 대형업체들에 자리까지 내준 실정이다.


대부분이 소규모 생계형 점포여서 입찰경쟁에 뛰어들기도 어렵다. 자본력과 정보력을 앞세워 브로커까지 개입시키는 대형업체들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전국 문구점 수는 1만7893개다. 1999년 2만6986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34%가 줄어 1만개 가까이 도산했다. 2011년에는 1만5750개까지 감소했다. 그러는 사이 완구시장은 대형마트에 편입됐고, 사무용품은 전문매장으로 넘어갔다.

여기에 각 학교들이 준비물 마련을 위해 대형업체나 조달청 등을 통해 일괄구매를 실시한 이후부터는 감소세가 가속됐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6000여개에서 3000여개로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서울시에서 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을 본격 추진한 건 2010년부터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복지확대 요구와 맞물려 기존 정책들을 계승·발전하는 차원에서 이를 선보였다. 준비물 마련에 드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키려는 취지였다.


문제는 준비물 마련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그 몫이 일부 대형업체에 집중되면서 발생했다. 자연스럽게 학교 앞 문구점들은 경쟁에서 밀려났다.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고자 했던 당초 의도는 학교 앞 가게의 타격으로 이어졌다. 서울 전체 초등학교의 준비물 공급업체가 12~13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이러한 현실을 잘 반영한다.


이성원 학습준비물생산유통인협회 사무국장은 “일부 제보에 의하면 준비물 마련 예산으로 학급 내 비품을 구매하거나 심지어 선생님들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며 “정책이 예산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실상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입찰과정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최저가 입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각 학교들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기초금액 자체를 낮게 책정해 저품질의 학용품이 책상에 오른다는 얘기다.


학생들이 직접 접촉하는 찰흙과 색종이, 구강을 이용하는 리코더, 멜로디언 등에서 유해물질 검출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초등생 딸을 키우는 주부 양은경(34·관악구 봉천동) 씨는 “학교에서 준비해 주는 것 말고도 필요한 것들은 가까운 문구점에서 구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다”며 “모든 걸 다 준비만 해준다고 능사는 아닌 듯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으로 올 1년 간 학생 1인에게 지급되는 예산은 3만5000원. 교육청 2만원 시에서 1만5000원을 부담하는 형태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기대하는 지급액인 7~8만원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모자란다. 그나마 전국 평균이 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정이 타 시·도 보단 나은 편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건 ‘학습준비물 바우처(쿠폰) 제도’다. 학교에서 준비물을 일괄구매해 배포하는 방식에서 학교 앞 문구점과 연계한 쿠폰 활용으로 학생들 선택의 몫을 보장하자는 발상이다. 학교 입장에선 예산 확보에 여유를 가질 수 있고, 문구점 활성화 측면에서 업주들도 반기고 있다.


문구점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은 “이는 학교 앞 상권이 제도적 맹점 속에 생존권을 위협 받는 경제민주화 문제”라며 “최저가 입찰제를 적정가 입찰제로 개편하는 동시에 협동조합 구성, 쿠폰제 도입 등으로 ‘착한 소비’를 진작시키는 게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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