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억지력 보유위해 필요 vs 불피요해 저비용 대안필요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과 러시아가 핵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적재하는 핵잠수함 경쟁을 벌이면서 SLBM 발사 핵잠수함(SSBN) 뱅가드급 4척을 보유한 영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집권 보수당은 후속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연정내 다른 정당들이나 지방정부는 경제난으로 국방비를 삭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비싼 탄도미사일발사 핵잠수함을 운용해야 하느냐며 반대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따로 핵억지력 유지에 나서느니 차라리 공동작업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척 교체비용은 250억 파운드에 이르고 건조비용만 오는 2020년 영국 국방부 장비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영국은 2016년 총선전까지는 4척의 대체함 건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후화진행 2028년 퇴역 예정인 뱅가드급 핵잠수함=현재 영국의 핵억지력은 트라이던트 2 탄도미사일(D5)을 탑재한 뱅가드급 잠수함 4척이다.
뱅가드(1992년),빅토리어스(1993년),비질란트(1995년),벤저스(1996년)로 빅커스 조선소와 엔지니어링 리미티드(현 BAE시스템스)가 잉글랜드 북부 컴브리아주 남부의 공업도시 배로인퍼니스에서 진수해 1994년부터 취역시켰다. 이에 따라 노후화가 진행중이며 2028년께부터 퇴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라이던트2 미사일은 길이가 13.41m,지름 이 2.11m에 발사중량이 58.9t나 되는 대형 3단 고체연료 로켓이어서 뱅가드급 잠수함도 미사일 발사를 위한 수직발사관 16개를 장착하도록 길이 149.9m,너비 12.8m,높이 12m,수중 배수량 1만5900t의 대형 잠수함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D5의 사정거리는 1만1300km나 되고 미사일당 최대 12개 의 핵탄두를 장착한다. 핵탄두의 파괴력이 100kt이나 475kt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미사일을 탑재한 거대한 뱅가드급 잠수함은 언제 어디서든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영국의 핵억지력의 중추역할을 해왔다.
뱅가드급은 미국의 오하이오급 잠수함(수중 1만8750t)이나 러시아의 보레이급(수중 2만4000t),프랑스의 트리옹팡급(수중 1만4335t)과 같은 전략 핵 잠수함이다.
미국은 D5를 24발 탑재하는 오하이오급을 18척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4척은 순항미사일 탑재 잠수함으로 개조됐다.
러시아는 현재 타이푼급 등 10척의 SSBN을 보유하고 있는데 4세대 핵잠수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보레이급 1번함을 지난해 12월30일 실전배치하고 당일 1척 건조에 착수했다.러시아는 또 1척을 곧 실천배치할 예정이며 1척은 진수했다.러시아는 보레이급과 이를 개량한 보레이-A급을 총 8척 도입할 계획이다.
보레이급은 핵탄두 최대 10개 장착하는 불라바 SLBM을 16~20기(보레이-A급) 탑재한다.
◆英 정부 “동급으로 대체” VS 반대파 “저비용 대안 찾아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동급 잠수함 대체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또 집권 보수당은 트라이던트 미사일 체계가 지금부터 2060년 사이에 벌어질 어떤 공격도 억지할 수 있는 억지력을 확고하게 보장할 것이라며 거들고 있다.
로드 웨스트 제독은 동급잠수함 교체 신봉자다.그는 “예측불가의 세계에서 노후 잠수함을 대체해 현재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생산하는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미국 국방부도 후속함 마련을 찬성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소수당인 민주 자유당은 고개를 갸웃뚱하고 있다.민주당은 영국은 다목적 핵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만큼 저비용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영국군이 국방지출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영국 육군은 병력을 2010년 10만2000명에서 8만2000명으로 감축했다.나폴레옹 전쟁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영국 해군도 앞으로 6년간 항공모함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이 말하는 다목적 잠수함은 애스튜트급 핵잠수함이다. 수중매수량 7400t,길이 97m,너비 11.3m,높이 10m인 이 잠수함은 90일간 잠항 작전을 펼 수 있으며 어뢰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만큼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을 쓴다면 억지력이 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시각이다.
총 7척이 계획된 애스튜트급 잠수함은 1번함 애스튜트를 시작으로 4척이 실전배치돼 있으며 3척이 건조중이거나 건조에 착수했다.
그렇지만 애스튜트급에서 발사하는 순항미사일에 맞는 핵탄두가 영국에는 없다는 게 문제다. 더욱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1700km에 속도가 시속 880km에 불과해 억지력으로는 부적합다.
해먼드 장관은 “이를 위해서는 애스튜트용 미사일과 핵탄두를 설계해야 하는 만큼 결코 비용이 싼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영국은 이밖에 1990년부터 취역한 수중배수량 5300t에 토마호크 지상공격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7척의 트라팔가급 핵잠수함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은 수중배수량 4900t,길이 82.9m,너비 9.8m,높이 8.5m의 스위프트슈어급 핵잠수함도 1973년부터 6척을 도입,운용했으나 2010년까지 전량 퇴역시켰다.
◆英정부,차세대 핵잠수함 설계용역 발주=FT 는 비밀전쟁과 킬러드론 작전이 표준이 되는 시대에 핵무기는 쓸모없다며 논쟁에 합류했다.
FT는 프랑스와 핵억지력을 공유하는 방안은 양측이 비밀유지를 하는 탓에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면서 영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들어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F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결국 트라이던트 미사일 체계를 동급 잠수함으로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리고 이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석세서(Sucessor. 계승자)’로 이름 붙인 차기 잠수함은 애스튜트급에 탑재된 것과 같은 PWRS원자로가 탑재되며 수명은 약 25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미 지난해 5월22일 BAE시스템스와 밥콕,롤스로이스에 3억5000만 파운드 규모의 계약을 발주했다. BAE는 이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3억2800만 파운드를 잠수함 설계 계약금으로 받았다.존 허드슨 전무이사는 “이는 1000명의 숙련 기술자 일자리 유지와 280명 양성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이보다 규모가 큰 2차 계약이 대기하고 있다.애스튜트급 7번함과 석세스급 1번함 원자로 노심 생산 비용으로 10억 파운드를 롤스 로이스가 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주계약 발표직전 필립 해먼드 국방부 장관은 BBC에 출연,“이는 영국의 주권능력과 향후 40년 내지 50년 동안 최첨단 기술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먼드 장관은 “신뢰할 수 있는 핵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며 2020년대 말 뱅가드급 후속함 인도에 필요한 장기간이 걸리는 항목을 발주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스코틀랜드 지방 정부의 브루스 크로포드 전략장관은 “이것은 일자리에 관한 게 아니라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고 경제문제가 아니며,도덕으로도 정당화되지 못하는 무기에 1000억 파운드를 지출하는 비도적 행위에 대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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