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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화장품 30만원에 파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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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화장품 30만원에 파는 가게 'Duty Free' '면세점' 간판을 내걸고 영업중인 사후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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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9일 오후 신촌 뒷골목 한 정체불명의 면세점. 'OOO 면세점'·'듀티프리(Duty Free)' 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인 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은 없고 직원들만 모여 중국어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품들을 살펴보니 생소한 브랜드의 화장품 세트가 20만~30만원대, 이름모를 달팽이 크림이 5만~7만원대에 팔리고 있었다.

이때 매장 직원이 다가와 "우리는 개인고객은 받지 않는다. 단체 관광객들에게만 판매한다"고 쏘아붙였다.


이 매장 인근 상인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와 제품을 사간다"며 "여행사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인하고 이들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행사와 상인들이 짜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가짜면세점'으로 유인하는 리베이트 영업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무려 283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중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도 머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관광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위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사기성 영업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영세한 여행업자들과 외국인전용기념품관, 사후면세점업체들이 서로 짜고 '왕서방 등쳐먹기'에 신이 났다.


면세점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관세ㆍ부가세ㆍ특별소비세가 모두 면제되는 '보세판매장(28개)'과 부가세ㆍ특별소비세만 면제되는 '사후면세점(5400개)'이다.


전자는 관세청의 특허를 받아 사전면세로 운영이 되는 '사전면세점(Duty Free)'고, 후자는 국세청이 지정한 '사후면세점(Tax Free)'다.


롯데, 신라, 파라다이스 등 일반적인 면세점은 사전면세점에 속한다. 관세청의 특허를 받아 운영중인 이들 전국 28개 업체들은 철저한 관리ㆍ감독하에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사후면세제가 적용된 사후면세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국세청의 관리를 받으며 관할 세무서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사후면세점으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에 5400여개가 난립한 상황이다.


이들 업체 중 일부가 관리ㆍ감독이 부실한 틈을 타 마치 '사전면세점'인 것처럼 'Duty Free'간판까지 내걸고 여행사들과 짜고 사기성 짙은 영업을 하고 있다.


사후면세제도 자체는 관광객들의 소비진작을 돕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제도다.


내국인들도 흔히 쇼핑을 하는 백화점업체들도 이 '사후면세점'에 속해 있다. 명동의 화장품, 명품가게 80%가 이 사후면세점 제도에 참여하고 관광객들의 소비진작을 돕고 있다.


외국인관광객이 등록된 사후면세점에서 3만원 이상 구매한 후 당해 물품을 소지하고 3개월 내에 출국(세관장이 확인)한 경우에는 물품가격에 포함된 부가가치세 또는 개별소비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악용해 '면세점' 간판까지 내걸고 진짜 면세점으로 오인하도록 적극적인 기망을 하는 업체들 때문에 처음의 좋은 취재가 무색해 지고 있다. 여행사들이 안내하는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관광객들을 보호할 만한 마땅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기관들은 서로 관할이 아니라면서 떠넘기기에 바쁘다. 관세청 한 관계자는 "관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역이라 우리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면세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고 경찰이나 공정위, 지자체에서 할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면세점 간판을 내 건 것이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지만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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