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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2013-정직] 민주주의 발전할수록 정치인 거짓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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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의 다른 말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젊고 잘 생긴 바람둥이 미국 대통령이 있었다. 자기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한 환갑 나이의 유명 여배우를 백악관 침실로 끌어들인 적도 있다. 급기야 백악관의 인턴과도 성관계를 가졌고, 이것이 뒤늦게 폭로돼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빌 클린턴? 아니다. 존 F 케네디가 주인공이다. 그가 40년 전 19살의 인턴과 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최근 한 전기작가에 의해 밝혀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로 천하의 망나니의 상징처럼 돼 버렸는데 누구의 행위는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억울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게다가 거짓말쟁이가 되기까지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시인하면서도 "성관계는 갖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연히 '섹스의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논쟁을 원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거의 거짓말'이기는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은 하지 않으려 노력한 결과였다.

케네디는 클린턴과 달리 거짓말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도 케네디에게 그런 것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클린턴은 왜 세기의 거짓말쟁이가 되어야만 했을까?


답은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정치의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케네디와 클린턴은 같은 세기를 살았지만 케네디의 정치와 클린턴의 정치 영역은 분명 달랐다.

20세기 초까지 정치는 군주와 외상의 전권사항이었다. 다른 각료들이 물어도 "당신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백성들이 묻고 따지는 것은 당연히 '목'을 걸어야 하는 월권이었다. 통치자로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많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불가침 영역이 사라졌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거짓말이 정치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는 연구결과를 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행정부가 독점적으로 행사해온 정치의 영역에 대해 국회나 의회가 조목조목 캐묻게 되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딜레마다. 정치의 역설이다. 19세기 때보다 발전했지만 케네디에게 여전히 정치란 외교, 안보, 내정 등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굵직굵직한 단어들의 총체였다. 하지만 클린턴에게 정치란 케네디의 정치 영역에 자신의 사생활까지 들추는 파파라치까지 상대해야 하는 복잡다양한 그 무엇이었다.


그럼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없고 지금처럼 뉴스와 TV채널이 많지 않았을 때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하지만 '백성'이 '국민'이 되고 비로소 '시민'이 되면서 정치가 발전해왔던 것처럼 정치인들도 점점 거짓말을 많이 해왔다.


분명한 것은 '군주'나 '독재자'라는 이름의 지도자들보다 '대통령'과 '대표자'라고 불리는 이름의 지도자들이 보다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시민'이라는 이름은 투표와 언론, 삼권분립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발전하며 절대권력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이 거짓말이라는 형태로 수면 위에 떠오르는 것 자체가 이 사회가 최소한의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뜻이다. 정직과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저에 깔려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케네디는 '하얀 거짓말'도 할 필요가 없었지만 클린턴은 '새빨간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정치의 영역은 점점 넓어져만 간다. 정치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계속해서 늘고 감시자를 자임하는 언론은 형태를 달리하며 발전해 간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계속해서 보게 생겼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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