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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2013-정직] 청렴 흥부 비웃는 놀부主義, 당신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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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이 무능력의 다른말? 대한민국, 정직하면 더 성장할 수 있다"

국민 대부분 "정치가 가장 부패" 불신
정치자금 양심선언 오히려 역풍 불러
도덕성이 능력인 사회 만들어야 발전, 정직하면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어


[WITH 2013-정직] 청렴 흥부 비웃는 놀부主義, 당신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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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정신병원에 들어온 걸 환영합니다." 영화 '철의 여인'에서 초선의원이 된 마거릿 대처가 처음 등원하자 선배 의원이 던진 말이다. 자신이 오전에 한 말과 오후, 저녁, 밤에 한 말이 다르니 흡사 정신병원에 들어온 것 같다는 영국 국회를 빗댄 뼈 있는 농담이었다. 그렇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것이 정치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대처 시대 이후 한국은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가장 먼저 달성한 주인공이 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 정치도 달라졌을까? 황우석 줄기세포 사태와 변양균-신정아 파문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거짓말 신드롬'에 빠져 있음을 방증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인사청문회는 '거짓말'의 향연이다. 이렇게 우리는 여전히 '거짓말의 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치는 '여전히' 그 자체로 불신의 상징이다. '정직'이라는 두 글자는 '아직도' 찾아보기 어렵다.

◆ '정직이 무능력하다'로 인식되는 사회= 우리 정치사회는 왜 이렇게 '정직함'에 취약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직함에 대한 잘못된 인식 또한 하나의 원인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정직'을 '요령이 없다' 혹은 '무능력하다' 등과의 동의어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도덕성보다는 능력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칙과 양심을 지키는 것에 소극적이고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전 상임고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양심고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2003년 당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며 양심선언을 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용기있는 소신에 적잖은 박수도 받았지만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그는 "역풍은 참으로 쓰라렸다. 대선후보 경선을 중도에서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씁쓸함을 밝힌 바 있다.


정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은 뿌리가 깊다. 최근 법률소비자연맹이 4000여명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10명중 8명(78.51%)이, '정치인이 가장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한국반부패정책학회 연구에서는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87.5%)이 '우리 사회는 썩었다'고 응답했고, 가장 부패한 직업으로 정치인을 지목했다.


나라 밖 평가도 다르지 않다. 국제투명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지난해 5.4점을 기록했다. 183개 국가 중 43위로 한해에 4단계나 추락했다. 부탄, 몰타, 푸에리토리코에도 밀렸다.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로 최하위권이다. 아시아에서도 꼴찌권을 면치 못했다. 홍콩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 조사에서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아시아 16개국 중 11위, 태국, 캄보디아만도 못한 나라로 전락했다. 그 사이 우리의 경제규모는 수출 규모 세계 9위, GDP 규모 세계 11위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


◆ '정직'은 가장 큰 국가의 자산이다= 정말 '정직'은 요령 없고 무능한 것일까? 미국 라이딩스-매키버 여론조사팀이 최근 미국에서 역사학자 등 719명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역대 가장 뛰어난 대통령 순위'(Rating The Presidents) 보고서는 이러한 생각이 그르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서 정직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던 에이브러햄 링컨, 조지 워싱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도덕성과 능력 모두에서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워터게이트'의 리처드 닉슨은 꼴찌를 차지했고 로널드 레이건(39위), 빌 클린턴(38위) 등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대통령들은 거의 모두 바닥권을 맴돌았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1995~2010년 OECD 국가의 부패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부패로 인해 경제성장 손실이 컸다고 분석했다. 부정부패만 줄여도 성장률이 연평균 0.65%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주요 정책과정을 왜곡해 공정경쟁을 해치고 민간의 투자활성화가 떨어지게 돼 경제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반대로 부정부패가 척결될 경우 공정경쟁을 바탕으로 경제활력(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부정부패가 만연하면 주요 정책결정에 신뢰성이 저하되고 경제성장 능력은 약화돼 경제적ㆍ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게 된다"고 말했다.


국가의 힘은 경제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최고의 능률은 정의에서 나온다'고 했다. 공공 부문과 가진 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뢰와 모범을 보여주고, 경제주체들이 이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게 되면 그 긍정의 에너지를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함께 발전할 수 있다.


◆ "항상 국민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부정부패가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근원으로 부정부패의 소지를 차단하는 각종 제도 개선과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등을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자본은 지도층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만 실천해줘도 돈 들이지 않고 확충될 수 있다. 돈ㆍ지식ㆍ권력을 가진 자들이 천민자본주의와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변화와 혁신ㆍ창의와 도전의 마력을 보여줘야 한다.


처칠 총리의 좌우명은 '정직'이었다. 그는 "항상 국민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면서 "정치 지도자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처칠 총리는 아프리카 리비아 전투에서 독일군에 참패하자 국민에게 솔직히 패배를 시인한 바 있다. 국민 중 어느 누구도 처칠 총리를 비난하지 않았다. 정직한 지도자에게 국민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것이다.


반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처칠의 신념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의 정직성은 언급한 적이 없다. 처칠을 정직함을 잘 알고 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라크 문제 때문에 이를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에게 정직해야 지도력을 인정받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는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과 말 바꾸기가 난무하는 이 땅에도 정직은 최선의 방책일 수 있다. 정치 지도자의 덕목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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