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이영규 기자】경기도 성남시가 새해 예산을 의결하지 못해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비상상황을 맞았다. 성남시가 새해 예산을 의결하지 못해 '준예산'을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재명 성남시장은 1일 긴급 간부회의를 갖고,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새누리당 의원들의 출당징계도 공개 요청했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12월 31일 제191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2013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자정까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회가 파행되면서 자동 산회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새해 살림을 준예산으로 편성해 집행하게 됐다. 준예산은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에 따라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법정 경비만 집행한다. 법정 경비로는 법과 조례로 정한 기관ㆍ시설 운영비, 의무지출 경비, 계속 사업비 등으로 국한된다. 반면 각종 지원금과 신규 사업비 1440억 원은 집행할 수 없다.
집행 불가 사업에는 ▲공공근로 사업비 ▲보훈명예 수당 ▲장수 수당 ▲사회단체 보조금 ▲민간행사 지원금 ▲운수업체 보조금 ▲공동주택 보조금 ▲무상급식 지원금 ▲수내ㆍ중앙동 어린이집과 도촌종합사회복지관 건립공사비 등이다.
이날 의회 파행은 전체 34석 중 18석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등원하지 않아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 미달로 의안을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당론으로 반대해온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정회를 요청한 뒤 주요 안건 처리 문제를 놓고 온종일 민주통합당과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였다.
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도시개발공사 설립 등 성남시 미래와 관련된 첨예한 견해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는 오만의 정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협상안을 뒤집은 민주통합당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준예산 사태 책임을 성남시와 민주통합당에 돌렸다.
성남시와 민주통합당에서는 새누리당이 내부 이탈표로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등 당론으로 반대한 일부 안건이 통과할 것을 우려해 등원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성남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준예산 사태는 수적 논리를 앞세운 새누리당의 횡포"라며 "시민 생활과 직결된 주요 현안사업이 중단되고 막대한 시민 피해와 시정 혼란을 초래하게 됐다"고 신속한 예산처리를 촉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날 오전 간부급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시의회에 즉시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고 민생예산을 집행하지 못한 데 따른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방자치법 제45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요구하면 지방의회 의장은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
이 시장은 또 이날 페이스북에 "과반수인 새누리당이 이탈표를 우려해 본회의를 보이콧해 2013년도 예산의결을 못 하고 준예산 체제로 돌입했다"며 "이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의 뜻과 반하는 행동으로 정당공천 폐지 약속이 진심이라면 이를 위반한 당원 문책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당선인이 대학생 등록금 지원공약 유세를 할 때 관련 조례안을 부결했고 기업활동과 일자리를 강조할 때 기업유치 안건을 부결했다"며 "민생현장을 누빌 때 의회 보이콧으로 민생을 파괴하고 정당공천 폐지를 외칠 때 당론으로 시정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성남시는 내년도 예산안 2조1222억 원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의회 상임위와 예결특위를 거치며 679억 원이 삭감됐다. 성남시의회는 2010년과 2011년에도 대립 끝에 회기 마지막 날 자정이 임박해 예산안을 처리, 준예산 사태 직전까지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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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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