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다가올 2013년은 계사년(癸巳年) '뱀의 해'다. 지혜, 풍요, 불사를 상징하는 뱀은 집·재물을 지켜주는 업구렁이, 영생불사의 수호신을 상징하는 동시에 인간을 위협하는 두려운 동물로도 표현됐다. 이런 이중적 이미지가 우리 국토 지명에도 반영됐다. 특히 전라남도에 뱀 관련 지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뱀 관련 지명 208여개 중 가장 많은 41개가 전라남도에 분포하고 있다. 이어 경상북도·충청남도 32개, 경상남도 29개, 전라북도 27개, 경기도 14개, 충청북도 11개, 인천 3개, 광주·대구 2개, 대전 1개 순이다.
남부지방에 뱀 관련 지명이 많이 분포하는 것에 대해 국토부는 농경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지명의 종류별로는 마을 명칭이 157개로 가장 많았다. 섬은 15개, 고개와 산은 14개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명 유래를 더 조사하면 뱀 관련 지명이 더 많아질 것이라 국토부는 예측했다.
글자별로는 '사동'이라는 지명이 경상북도 경산시 동부동의 마을을 비롯해 전국에 15개로 가장 많았다. '뱀골'이 10개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뱀은 지역에 따라 '배암', '비암', '배염' 등으로 변형돼 사용됐다.
뱀 모양 관련 지명이 전체의 137개(65%)로 가장 많았다. 그 중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있는 '장사도'처럼 전체적인 모양이 기다란 뱀의 모습을 닮아 붙여진 지명이 72개나 된다. 뱀이 개구리를 쫓아가는 지형인 '장사추와형(長蛇追蛙形)'은 먹을 것이 풍부한 명당으로 꼽힌다. 전남 고흥군 영남면 '사도'와 충남 홍성군 홍성읍 신성리 '사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뱀의 출현 설화와 관련된 지명도 있다. 경주시 남면 구암리 마을 '구뱀이'는 귀가 달린 뱀이 나왔다 해서 유래됐다. 뱀이 공포의 대상으로 유래된 지명으로는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김녕사굴', 천안시 직산읍 상덕리 '덕령' 등으로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지명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그 중요성이 증대되며 지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명법 제정을 추진하고 지명관련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지명 유래 등을 발굴해 지명이 우리 생활에서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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