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1%라도 떨어지면 욕설이 난무하죠. 매일 매출 물어보는 사람도 있어요"
일명 '주담(주식담당자의 준말)'으로 통하는 IR(investor Relations) 담당자는 증시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 개인투자자까지 투자정보를 얻기 위해 모두 IR담당자 입만 바라본다. 회사의 A부터 Z까지 모조리 알아야 하고 회사가 속한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 필수다.
하지만 IR담당자들은 만년 '정'인 자신의 위치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갑'인 기관투자자와 '을'인 애널리스트, '병'인 개인투자자 눈치를 살펴야 하고 일을 잘해도 공은 없고 탓만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언제 항의전화가 올까 노심초사다.
한 코스닥상장사 IR담당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오를 땐 가만히 있다가 떨어지면 회사 엉망이 되는 것 아니냐고 전화가 온다"며 "당장 다음 분기 매출을 내놓으라고 화낼 때는 곤란해서 피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IR담당자는 "'주담'이라는 용어 먼저 IR담당자로 바꿔야 한다"며 "주식담당자인데 주가 관리를 못한다며 욕을 하는데 우리가 주가를 올리면 그건 불공정행위지 않냐"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IR을 앞두고는 잦은 야근이 힘겹다. 올 들어 중소형주 인기가 많아지면서 우량 코스닥상장사의 경우에는 미국, 일본투자자까지 다양한 국적의 기관투자자들을 응대하게 됐다.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려면 회사 살림을 숟가락 갯수까지 세세히 아는 것은 필수요, 산업에 대한 이해와 간단한 외국어 구사능력은 옵션이다. 그러다보니 국가별 투자자들의 특성까지 알아버렸다.
한국투자자들은 성미가 급하기론 일등이다. 국내 주식인 만큼 포트폴리오를 자주 교체할 수 있고 정보 업데이트도 쉽기 때문에 다음 분기 실적전망에 가장 초점을 맞춘다. 개인투자자들은 IR담당자에게 애널리스트 역할까지 요구해 "주가 얼마까지 갈 것 같냐"라는 질문을 가장 자주한다고 한다.
영어권 투자자들은 자주 정보 업데이트를 할 수 없는 만큼 적어도 3년 이상의 장기전망과 함께 사업 방향성을 살핀다. 그런가 하면 일본 투자자들은 IR담당자들에게 가장 환영받는 존재다. 프리젠테이션에 일일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하고 메모하기 때문이다. 소위 '갑'의 자세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더러 질문도 다른 투자자에 비해 적어 수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때로 너무 예쁜 여자 IR담당자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기관투자자 IR을 통해 미모가 소문나면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유명인이 되는 것은 삽시간이고 여의도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알려지기도 한다. 한 여성 IR담당자는 "기관 대상 IR을 하다가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분위기상 없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며 "아쉬운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기관투자자들의 호감을 얻는 것이 좋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암묵적으로 솔로라고 말하길 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듯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다. 한 IR담당자는 "우리는 회사의 대표라는 생각으로 투자자를 만난다"며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지만 노력해서 회사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때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없이 기쁘다"고 웃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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