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수장, 어떤 성적표 받을까
전문성에 맞춰 성과로 판단
"급진적인 교체 없을 것" 전망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차기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권 인사의 핵심인 공기업 수장 자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부자연스러운 인사개입이나 교체 가능성은 낮아진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 공기업 수장 가운데 남은 임기가 가장 짧은 인물은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7월)과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11월)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무리한 교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안 이사장의 경우 지난 2008년7월 취임 후 3년 임기를 마치고 두 차례 연임했다. 이명박(MB)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최근 연임 과정에서 퇴임식까지 치렀다가 다시 이사장 자리로 돌아오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캠코 사장직의 경우 MB정부에서 직접적으로 선임에 관여해 논란이 됐던 자리다. 대선 직후인 2008년1월 선임된 이철휘 전 사장은 이 대통령 최측근인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의 처남이다.
2014년에는 김용환 수출입은행장(2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3월),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ㆍ김경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8월),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9월) 등 임기 만료가 대거 몰려있고, 올해 선임된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2015년 5월까지다.
MB 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강만수 회장의 거취는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다각적인 사회공헌 활동과 'KDB다이렉트'를 통한 성공적인 소매금융 시장 진입 등 측면에서 강 회장을 평가한다면 유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와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인 민영화 이슈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금융 공기업 내부에서는 박 당선인이 자신의 인사 철학으로 '전문성'을 강조한 만큼, 그간의 성과나 공로가 향후 각 수장들의 거취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괄사표를 통한 분위기 쇄신 보다는 업계 현황에 밝고 효율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근의 발언으로 미뤄 볼 때 MB정부 때와 같이 급진적인 교체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면서 "10년 간의 진보정권 후 출범한 MB정부와 '탕평'을 전면에 내세우고 나선 차기 정부는 인사에 대한 틀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MB정부가 공기업 낙하산으로 비판을 받아왔고, 박 당선인 본인이 '전문성'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부 승진의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밝힌 금융감독 체계 변화의 밑그림에 따라 신설되는 '새로운 자리'도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당선인이 건전성 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 기구로 나누는 이른바 '쌍봉형(twin peaks)'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금감원 내부 조직이었던 금융소비자 보호처를 격상, 분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원장 자리가 그것이다. 초대 원장으로는 현재 금융공기업 수장을 포함한 인사들의 하마평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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