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농협은행이 가짜 변호사 자격증에 속아 20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한 농협은행 영업점은 최근 변호사를 사칭한 A씨에게 2억7500만원을 대출해줬다.
A씨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인 '슈퍼프로론'을 받았다. 이는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에 비해 대출한도가 2~3배 정도 높다.
하지만 이후 실시된 농협은행의 자체 감사에서 확인한 바 A씨는 '가짜 변호사'인 것으로 판명됐다. A씨의 나이와 재직 기간이 맞지 않은데서 꼬리가 밟힌 것.
조사 결과, A씨의 변호사 자격증은 물론, 재직증명서, 원천소득증명서 등 모든 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재직 중이라는 법인도 실제로는 없는 '유령 회사'였다.
이번 건을 계기로 심층 조사를 진행한 농협은행 감사팀은 같은 지점에서만 대출 사기로 의심되는 추가 대출건수를 10건 더 발견했다. A씨의 경우와 합치면 총 11건, 19억5900만원에 이른다.
농협은행 측은 "전문직 종사자의 대출은 신용대출이지만 일반 직장인보다 한도가 높을 뿐"이라며 "자격증의 진위 여부를 협회 측에서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확인해주지 않아 애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금융감독원에 이번 사건을 보고하고 자격증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요청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적발된 이들이 현재까지 대출 이자를 갚고 있는 상태지만 서류 위조로 사기인 만큼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면서 "하지만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경찰에도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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