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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윤창중 인사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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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쌍거호대(雙擧互對)', '입현무방(立賢無方)'.


조선시대 황금기로 꼽히는 영ㆍ정조 시대, 제1의 국정철학은 '탕평'이라는 인사정책이었다. 영조는 한쪽 당파의 사람을 등용하면 다른 당파의 인물을 그와 대등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자리에 기용했다. 영의정이 노론이면 좌의정은 소론, 판서가 소론이면 참판은 노론으로 하는 식이다. 이른바 '쌍거호대'다. 정조 역시 마찬가지다. 출신성분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등용하겠다는 '입현무방'의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영ㆍ정조의 탕평도 결과적으론 성공하지 못했다. 형식적 안배와 산술적인 균형 유지에만 신경을 쓴 탓이다. 등용된 정치세력이 새로운 정쟁의 불씨를 지피고, 제 3, 제 4의 당파를 만들어내면서 붕당정치의 폐해는 고스란히 남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탕평'이라는 화두를 전면에 내세웠다. 당선 직후 그는 "모든 지역과 성별ㆍ세대의 사람을 고루 등용하겠다"며 '탕평'을 천명했다. 비서실장과 인수위 대변인진 인사는 그 첫 행보다.

'산술적'으로 보면 균형에 큰 무리가 없는 인사다. 우선 친박인사와 영남출신이 없다. 유일호 의원과 조윤선 대변인은 중립 성향이고 박선규 대변인은 친이계로 분류된다.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언론계와 청와대 대선캠프를 거쳤다. 지역을 기준으로도 박 대변인은 전북, 윤 수석은 충남, 유 의원과 조 대변인은 서울 출신이다. 최소한 지역색과 측근 챙기기라는 이명박 정권의 구태를 답습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탕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극우보수적 시각과 발언, 편향적 태도가 문제되고 있는 윤 수석대변인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촛불시위를 한 국민들을 '황위병'으로 칭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던 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라고 폄훼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윤창중 대표는 친박도, 영남도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할 수석 대변인의 자리에서, 박 당선인이 스스로 말한 '100% 대한민국'을 만들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탕평'의 정의는 단순히 모든 출신을 골고루, 차별없이 기용한다는 것만은 아니다. 자격과 자질을 갖춘 인물을 가려내는 것도 포함된다. 영ㆍ정조시대에 반복된 실패의 역사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기계적 균형 그 이상의 탕평을 찾아야 한다.




노미란 기자 asia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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