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미 양국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과 관련된 의심 시설을 첩보위성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21일 '2012 국방백서'에 기술된 북한의 HEU 프로그램과 관련,"한미가 공동으로 여러 가지 영상 첩보를 분석해 볼 때 그런(HEU) 시설들이, 그러한(농축) 동향들이 식별되고 있다"고 밝혔다.
HEU 생산과 관련해 의심되는 북한의 시설이 우리 정보자산 등에 포착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 2010년 11월 미국의 핵 전문가인 해커 박사에게 영변 핵시설 내에 원심분리기 1000여 개를 갖춘 첨단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음을 공개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이 시설이 유일하다. 그러나 영변의 이 시설은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위한 것이며 이에 따라 북한은 별도의 시설에서 HEU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핵무기에는 고농축 우라늄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의심시설을 추적하는 수준을 넘어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 실제로 HEU 시설을 추가로 찾아낼 경우 북핵 문제는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이 HEU프로그램을 가동해 핵무기에 사용될 HEU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 실제 확인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핵무기를 만들려면 HEU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영변이외의 지역에도 농축시설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그러나 HEU 시설은 직접 가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실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공식적으로 북한이 보유한 시설은 현재 우라늄 정련시설 2곳, 핵연료 성형가공과 제조할 수 있는 1곳, 운용중인 원자로 2기 등이다. 또 북한은 현제 제네바합의 이후 중단됐던 50MWe와 200MWe원자로를 경수로 공사 중단으로 재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도 보유하고 있다.
영변 연구용 원자로(IRT-2000)는 1965년 구 소련에서 도입한 것이다. 최초에는 2MWt였으나 자체 기술을 통해 8MWt로 출력을 증강시켰다. 또 소련에서 도입한 10%농축우라늄은 핵연료로, 경수는 냉각재로 사용했다. 1977년부터 1993년 매년 IAEA의 정기적인 사찰을 받아왔다. 하지만 천연우라늄 연료봉을 일부 집어넣고 소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적이 있음을 들통나기도 했다. 이에 IAEA는 처리시설 시찰을 요구했으나 북한측은 지목당한 시설은 군사시설이라며 시찰을 거부했다.
50MWe원자로는 열출력 200MWt로 1985년에, 200MWe원자로는 1989년에 각각 착공됐으나 북미제네바합의 타결로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06년 6월 경수로건설이 공식 종료됨에 따라 50MWe, 200MWe원자로를 재건설을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방사화학실험실은 1985년 자체 기술로 착공해 1995년 완공예정이었다. 하지만 북미제네바합의 타결로 1994년 10월에 건설이 중단됐다. 그러나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고 2002년 12월 IAEA사찰관을 추방한 후 북한은 제2생산라인 설비를 완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물규모는 길이 180m, 폭 20m의 6층짜리 대형시설이다.
신고가 되지 않은 시설도 있다. 50MWe원자로 남서쪽에 위치한 고체폐기물 저장소다. 이 저장소는 1976년부터 사용됐고 1992년 8월에 은폐 위장해 위장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이외에 폐기물 저장소로 추정되는 장소가 2곳정도 더 있으나 별가치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핵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관련 전문인력에 대해 "고급인력 200여명을 포함해 3000여명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맹국들의 전문가참가도 부정할 수 는 없다.
이스라엘의 한 언론은‘이란 과학자들이 북한 핵실험에 참가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북한은 곧 핵실험을 실행할 것이고, 이란의 과학자들이 폭발지점에 참석할 수 있다(Iranian scientists could be present at the explosion site)”고 전했다. 북-이란 핵 커넥션(connection)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북한과 이란은 1980년대 초반부터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샤하브-3은 북한의 노동미사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로 북한이 이란에 기술 전수를 해줬지만 최근 이란은 위성발사에 성공할 정도로 로켓기술이 발달했다.
미사일로 축적된 양국의 군사협력은 핵기술에서도 이어졌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공식 정보라인에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북핵실험 때 이란의 관계자들이 참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반핵 운동을 전개하는 세계적인 민간단체인 `글로벌 제로'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핵보유국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등 9개국을 꼽았다.
각국별 올해 핵무기 지출 현황을 보면 미국이 61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러시아(148억달러), 중국(76억달러), 프랑스(60억 달러), 영국(55억 달러), 인도(49억달러), 이스라엘(19억달러), 파키스탄(22억달러), 북한(7억 달러)순으로 나타났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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