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 그동안“미국이 지난 4월 조선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끌고가 대 조선제재를 발동했다”면서 “이 기간에 조선은 영변핵시설을 원상 복구하는 조치로 재처리시설을 가동시켰으며 8000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8월말까지 성과적으로 끝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보도에 따르면 폐연료봉재처리는 지난 4월에 착수했고 그 작업이 4개월이 지난 8월에 마무리된 것이다.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 할 경우 약 6~7kg정도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40kg가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무기 7개가량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또 이번에 재처리된 양까지 합친다면 모두 8개가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핵무기 경량화 기술이 발전했다면 보유량은 틀려진다.
핵분야 전문가들은 경량화가 가능해졌다면 북한이 소유한 핵무기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통상 6~7kg정도의 무기급 플루토늄으로 1개의 핵무기를 만들었지만 발전한 기술로는 2~4kg만 가지고도 기존 핵무기만큼의 파괴력을 지닌 무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안보통일연구부장은 “북한이 핵무기보유를 위한 실험은 항상 주장해왔던 것으로 이번 주장도 통상적인 대미압박용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윤덕민 연구부장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험과정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며 지난 2005년 핵실험에서 플루토늄을 2~4kg사용했다고 주장해온 것은 다량의 핵무기보유와 경량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경량화기술이 발달했다면 핵탄두 무게를 1t이하 수준으로 소형화가 가능하고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에 탑재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관련 시설은 얼마나 안전할까. 국제사회의 군축관련 비정부기구(NGO)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은 11일(현지시간) 북한을 미국,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9대 핵보유국에 포함시키는 한편 북한의 '핵물질' 안전지수를 최하위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핵위협과 생ㆍ화학무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설립된 NTI는 이날 발표한 '핵물질 안전지수(Nuclear Materials Security Index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2008년 이른바 '핵 신고서'를 통해 대략 38.5kg의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 보유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2년후에는 영변 핵단지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를 공개하는 등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지만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NTI는 핵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핵물질 1kg 이상을 보유한 32개국과 1kg이하 또는 핵물질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 144개국을 대상으로 ▲수량및 시설(Quantities and Sites) ▲안전및 통제수단(Security and Control Measures) ▲국제적 기준(Global Norms) ▲국내적 관리 및 능력(Domestic Commitments and Capacity) ▲사회적 요소(Societal Factors) 등을 고려해 개별지수를 산정해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오는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2012 Seoul Nuclear Summit)를 앞두고 핵물질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발표됐다.
보고서에서 북한은 34점을 얻어 핵물질 1kg 이상을 보유한 32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1위는 94점을 얻은 오스트리아였고 헝가리(89점), 체코(87점), 스위스(86점)가 뒤를 이었다. 미국(78점)은 13위, 일본(68점) 23위, 러시아(65점) 24위, 중국(52점) 27위 등이었다.
최근 북한과 함께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이 46점, 1990년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파키스탄이 41점으로 북한과 함께 최하위권에 속했다.
NTI는 특히 북한을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이상 공인 핵보유국) 및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함께 9대 핵무기 무장국가로 분류했다.
NTI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 체제의 과도기적 불확실성이 핵물질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NTI는 옛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해체를 지원한 '넌-루가프로그램'의 창안자인 샘 넌 전 상원의원과 CNN 설립자인 테드 터너 등이 지난 2000년 공동 설립한 조직으로 전 세계적으로 핵위협을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도 지난해 말 북한의 경수로 원자로 건설과 관련,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원자로다. 사고 위험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헤커 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종국가전략조찬포럼에 참석, '6자회담 교착과 북한 핵개발의 가속화'를 주제로 발표한 강연에서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핵공격을 감행할 개연성은 작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언급하며 "북한은 경수로 원자로에 대한 경험이 없다. 서양에서는 건설방법이나 건설자재를 서로 협력해 최상의 것을 선택하는데 북한은 그런 것에 대한 협력이 안 되고 있다"며 우려를 거듭 표명했다.
북한은 원전사고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각종 대형사고에 대처해온 과정 등을 돌이켜볼 때 외부의 도움이 없는 경수로 건설은 자칫 제2의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이어질 개연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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