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한지붕 아래 두 개의 수입차 브랜드인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내년 국내 성장계획이 극과 극이다. 대표적인 독일 대중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이 내년 판매 목표대수를 30%이상 끌어올린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는 폭스바겐의 3분의 1 수준인 10% 미만의 성장을 예고한 것. 올 들어 아우디가 대중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의 성장세를 상회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탓에 이같은 성장계획에 대해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각각 내년 판매목표를 1만6000대와 2만3000대로 잡았다. 이들 두 브랜드의 올들어 11월까지 누적판매대수는 각각 1만4046대, 1만6613대를 기록했다. 12월 판매대수를 감안하면 폭스바겐은 30% 이상 판매대수를 늘린 반면 아우디는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성장계획의 차이는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전략상 차이를 비롯해 신차 출시계획, 신임 대표이사 취임 등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은 다수의 볼륨모델을 보유하고 많은 수의 차를 판매해야하는 브랜드이고, 아우디는 판매대수 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유지 또는 강화해야하는 브랜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내년 성장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 내놓은 모델과 내년 출시할 신차에 비중을 둔 반면 아우디는 AS센터 등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에 비중을 실었다. 아우디 관계자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같은 자동차 그룹내에 속해있지만 완전히 다른 브랜드”라며 “많이 팔아야 하는 대중차와 차별화된 가치를 유지해야하는 프리미엄차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특성상 판매대수를 끌어올릴 신차의 수가 많지 않은 점도 이번 성장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아우디는 지난해와 올해 A4, A6 등의 주력 모델들을 모두 출시해 5도어 투어링카인 뉴 아우디 A5 스포츠백과 수퍼카 뉴 아우디 R8 이외에 눈에 띄는 신차가 없다. A4 모델보다 작은 준중형, 소형차급 모델을 들여올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폭스바겐은 내년 브랜드 내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의 7세대 모델을 비롯해 폴로를 들여와 본격적으로 준중형, 소형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골프, 파사트, CC, 티구안, 제타 등 기존 베스트셀링 모델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더 비틀, 시로코R, 투아렉 등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물량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아우디코리아 대표이사 교체도 보수적인 성장계획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외국인 대표이사의 경우 취임 초기에는 보수적으로 목표를 잡고 이후 연임과정을 통해 성장폭을 늘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임 요하네스 타머 대표이사가 그동안 AS관련 총괄책임자로 근무했던 만큼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문부터 챙기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있다.
타머 대표이사는 최근 “아우디코리아는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을 기쁘게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하면서 무엇보다 신규 서비스센터 3곳과 확장이전 3곳 등 총 6개의 서비스센터를 오픈해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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