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일본 제3의 자동차 메이커 혼다가 미국에서 벌써 100만번째 차량을 생산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매리스빌 공장에서 생산된 100만번째 자동차는 신형 '어코드'로 한국에 수출될 계획이다. 미국산 어코드가 한국에서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혼다 등 미국 밖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에서 만든 자동차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 자동차생산연맹(AAM)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만들어져 미국 밖으로 수출된 자동차는 160만대다. 수출 대상국은 캐나다ㆍ멕시코ㆍ독일ㆍ중국ㆍ사우디아라비아 등 20여개국이다. AAM은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해외 수출이 2015년 초반까지 200만대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해외로 실려나간 미국산 자동차의 절반은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 메이커가 생산한 것들이다. 나머지 절반은 혼다와 BMW 같은 해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만들었다. 해외 업체 가운데 1위는 BMW다. 지난해 BMW가 미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자동차는 총 30만대다.
혼다는 올해 들어서만 10만대의 미국산 자동차를 수출했다. 혼다는 1987년 미국으로 처음 진출한 이후 40여개국에 22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자동차를 내다 팔았다. 이런 추세라면 2년 뒤 '미국산 혼다'의 해외 수출이 '일본산 혼다'의 미국 수입을 앞지를 듯하다.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의 미국산 자동차 수출이 느는 것은 미 달러화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 대한 관세 인하 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미 정부는 자국 내 자동차 생산 기반을 '내수 전용'에서 '수출 겸용'으로 바꿀 계획이다. 더욱이 미국 내 자동차 생산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혼다는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고 생산전략도 다변화하기 위해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혼다는 현재 미 공장에서 만든 자동차 가운데 6~7%만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를 최대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면 혼다 미국법인은 해마다 20만대 이상의 미국산 자동차를 수출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혼다는 일본에서 생산 중인 자동차의 경우 현지 소비자들 기호대로 소형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산 혼다보다 미국산 혼다를 선호하는 미국인도 점차 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엔화로 수입해야 하는 일본산보다 미국에서 생산된 차가 가격 면에서 더 싸기 때문이다.
혼다는 중국ㆍ한국의 소비자들에게는 '일본에서 만든 차가 아니다'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일본 동북부 대지진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는 물론 중국과 빚고 있는 영토분쟁에서 비롯된 반일감정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다.
이토 다카노부(伊東孝伸)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을 핵심 수출 기반으로 의존하는 사업구조가 이제 맞지 않다"며 "세계 소비자들이 더 많은 미국산 혼다 자동차를 구매하도록 수출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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