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주권 지키다 숨진 故 이청호 경사, 박경조 경위
[아시아경제 김영빈 기자] “저 수평선을 넘어오는 외국 어선들을 보면 피가 끓습니다. 이 바다가 누구의 바다인데···!”(인천해양경찰서 故 이청호 경사, 언론 인터뷰 내용 중)
“내가 먼저 국민을 위해 희생하지 않으면 다른 누구도 국민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목포해양경찰서 故 박경조 경위, 마지막 출동 전날 동료와 나눈 대화 중)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맞서 해양주권을 수호하다 순직한 해양경찰관들의 흉상 좌대 전면에 들어갈 약력의 마지막 문구다.
우리 바다를 지키다 숨져간 이들이 곧 흉상으로나마 동료들과 시민 곁으로 돌아온다.
해양경찰청은 故 이 경사와 박 경위의 넋을 기리고 해양경찰의 얼로 승화시키기 위한 흉상 제막식을 오는 12일과 21일 인천해경, 목포해경, 천안 해양경찰학교 등 3곳에서 갖는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12일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85㎞ 해상에서 불법 중국어선 나포 중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옆구리를 찔려 숨진 故 이청호 경사의 흉상 제막식은 1주기 추모식에서 열린다.
추모식은 유족들과 이강덕 해양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이 근무하던 3005함상에서 치러지는 진혼제, 인천해경 전용부두 앞 추모식, 현충원 참배로 이어진다.
진혼제를 위해 유족들과 이 청장은 헬기를 타고 사고 해역의 3005함으로 이동할 예정이지만 당일 기상조건으로 인해 어려울 경우 이 청장이 현충원 참배에 동행할 계획이다.
故 이 경사의 흉상은 인천해경 전용부두 뿐 아니라 월미공원, 해양경찰학교 등 모두 3곳에 세워진다.
지난 2008년 9월 25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서방 73㎞ 해상에서 불법 중국어선 검문 중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바다에 추락하면서 숨진 故 박경조 경위의 흉상 제막식은 오는 21일 목포해경 헬기장에서 유족들과 이강덕 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이날 천안 해양경찰학교 중강당 앞에서도 두 순직 해양경찰관의 흉상 제막식이 거행된다.
해양경찰학교는 여수 이전을 고려해 흉상을 건물 내부에 두기로 했다.
이번 순직 해경 흉상 건립은 동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 7000만 원과 인천시 2000만 원, 신안군 1000만 원 부담을 합쳐 1억 원의 예산으로 진행됐다.
동으로 만든 흉상은 실물의 120%인 높이 2m, 폭 1.6m로 좌대 전면에 ‘약력’, 좌측면에 ‘추모의 글’, 우축면에 ‘건립경위’가 각각 새겨진다.
이들의 고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서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는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과 우리 해양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목숨을 걸고 해양주권을 지키겠지만 고인들도 동료들이 더 이상 희생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 불상사는 언제고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영빈기자 jalbin2
김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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