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분 공약 아십니까...문용린vs이수호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오는 19일이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교육 대통령'인 새 교육감을 뽑는 재선거도 함께 진행된다는 것을 아는 이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대통령 선거에 묻혀 제대로 된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교육감'은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해 예산만 7조원대다. 현재 곽노현 전 교육감의 실형으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해 나선 후보는 총 5명이다. 진보 진영 후보 1명(이수호)과 보수 진영 후보 4명(남승희·문용린·이상면·최명복)의 '일 대 다(多)' 구도다.
이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수호 후보와 문용린 후보다.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있지만 양측 모두 마냥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비슷한 성향의 후보가 난립해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 후보는 전교조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이 지지세력을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이다. 또 사실상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와 비슷한 성향의 교육감 후보를 함께 찍을 '정당간 대리전'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높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남은 1년 6개월 서울시 교육을 책임질 각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 "중1 시험 폐지·교권 회복 주력" 문용린(65·기호2번) =문용린 후보는 전 서울대 교수인 학자 출신으로 제40대 교육부 장관까지 지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교육 공약을 가다듬은 경력도 있다. 문 후보는 '걸음이 느린 아이도 놓치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 하에 '안심하고 학교를 보낼 수 있는 환경조성', '교육적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 지원', '교사의 전문성과 위상 제고' 등 5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공약은 '시험없는 학교'다. 한창 인성이 생성되는 중학교 1학년을 '진로탐색학년'으로 설정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자는 게 그 취지다. 문 후보는 지난달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약 1호'로 내세우면서 "단계적으로 중학교 1학년의 중간·기말 고사를 폐지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꿈과 끼를 살리는 서울형 교육과정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반응은 엇갈린다. 입시교육 일색에서 벗어나 청소년 진로교육을 확대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보수진영의 색깔을 찾을 수 없고, 실현 가능성이 적은 공약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곽노현표 핵심정책'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교과부와 교육청 간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권 추락, 학교 혼란 등 부작용이 더 많다는 것이다. 지난 6일 후보간 TV토론에서도 "학생과 교사를 싸움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인권조례 독소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비판했다.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을 수정·보완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 캠프의 정석민 팀장은 "남은 임기가 짧기 때문에 정책을 축소나 확대하기 보다는 예산편중 등의 문제점 등을 바로잡을 것"이라 밝혔다.
이밖에도 ▲무상급식 속도조절 ▲고교선택지 유지 ▲국공립유치원 2배 확충 ▲소규모 학교 추진 ▲온종일 돌봄학교 및 주말학교 운영 등을 내세웠다. 또 문 후보는 전교조 출신인 이수호 후보를 겨냥해 "교육감이 된다면 교육에 정치가 관여하지 못하도록 두터운 성벽을 쌓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 "혁신학교 확대·입시위주 교육 개편" 이수호 후보(63·기호4번) =이수호 후보는 국어교사 출신으로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주도했다. 2001년부터 2년간은 전교조 위원장을, 2004부터 2년간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교사 출신이어서 학교 현장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슬로건은 '교육이 먼저다'이다. '희망교육 수호천사' 멘토단에는 공지영 작가, 조국 교수, 이창동 감독, 박재동 화백 등이 참가해 화제가 됐다.
이 후보가 내세우는 것은 '혁신학교' 확대다. 지나친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혁신학교가 더 많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자율운영체제에 기반해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편성 및 운영하는 공교육 혁신의 모델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2014년까지 300곳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걸어 지금까지 총 61곳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이 후보는 "혁신학교의 좋은 성과를 다른 학교로 전파하면서 모든 학교가 혁신교육을 하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학생인권조례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혀 문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교육의 핵심은 자주성에 있으며, 학생들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자주적인 인권교육이 필요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고교선택제'에 대해서는 폐지입장이다. 특목고·자율형 사립고 등이 오히려 고교 서열화를 불러일으켜 입시경쟁을 더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목고와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고, 추가 지정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전교조 출신답게 학교 비정규직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겠다는 공약도 차별화된 점이다. '교육감 직접고용'은 현재 조리원, 영양사 등 학교 비정규직이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항 중 하나다. 유치원 원아를 학급당 20명 이하로 줄이는 동시에 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고, 각 학교의 무상급식을 친환경으로 추진한다는 것도 이 후보의 공약이다.
◆ 시민단체들의 공약 평가는?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6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2012 서울교육감 시민선택'(시민선택)은 최근 각 후보의 공약을 10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이 결과 문용린 후보는 '책임교육 및 진로교육', '교육부패방지' 등에서, 이수호 후보는 '고교체제 및 고교입시', '수업혁신', '교육행정체제 혁신'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민선택은 문 후보에 대해 "교육청 차원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실질적으로 제시했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교육교통 등 체감적인 부분 파악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경험을 토대로 학교현장에 바탕을 둔 정책 대안을 제시했고 정치적인 차원에서 풀어야 할 영역까지 비전과 대안을 제시했지만, 정책들이 교사 입장에 치우쳤다"고 분석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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