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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영의 '인생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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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영국 극작가 앨런 베넷의 '히스토리 보이즈'는 2004년 런던 초연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1980년대 초 영국의 한 사립학교를 무대로 영민한 학생들과 교사들의 조우를 그린 이 작품은 2006년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쓴 데 이어 영화로도 제작됐다. 데이빗 아이브스의 '비너스 인 퍼'는 마조히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자허 마조흐의 소설을 섬뜩한 코미디로 재탄생시켰다. 내년에 한국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9년 뉴욕에서 처음 공연돼 찬사를 받았던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영화계의 스타 배우인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브로드웨이 연극 데뷔작으로 선택했던 2인극 '스테디 레인'도 기다리고 있다. 전부 국내 초연이고, 모두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작품이다.


한해영의 '인생 소극장' 노네임씨어터컴퍼니 한해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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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씨어터컴퍼니는 '쓰릴미' 등으로 잘 알려진 공연제작사 뮤지컬해븐이 2010년 창단한 극단이다. 한해영 노네임씨어터컴퍼니 대표 역시 2006년부터 뮤지컬해븐에서 프로듀서로 뮤지컬을 맡아 왔다. 배우 김무열을 스타로 키워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도 한 대표가 맡았던 작품이었다. "원래 뮤지컬해븐에서도 연극을 공연할 계획이 있었지만 뮤지컬 작품들에 밀려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대극장공연이라도 한 번 열리면 회사의 인원과 에너지가 그 쪽으로 쏟아지게 마련이니까. 제대로 집중해서 레퍼토리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극단을 따로 꾸리게 됐다."


2010년 '뷰티퀸', 2011년 '아미시프로젝트'를 창단준비공연으로 올렸으나 진짜 창단공연은 지난해 8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인 '필로우맨'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인 마틴 맥도너의 대표작이자 한 대표가 오랫동안 꼭 해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맥도너는 가장 좋아하는 극작가 중 한 사람이다. 진짜 '또라이'지. 절필을 선언하고 영화계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내놓은 작품인 '어 비핸딩 인 스포케인(A Behanding in Spokane)'을 뉴욕에서 직접 봤었다. 무대 위에 뿌려진 잘린 손 수만개가 뿌려지는데 숨이 다 막혔다." 그러나 '필로우맨'은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배우의 광기에 가까운 연기가 요구되고, 극 속의 '이야기'와 현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고 맞물리며 선형적 서사전개를 대신한다.

2007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배우 최민식이 주인공을 맡아 꽤 화제가 됐다. 그러나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공연은 규모도 훨씬 작고 스타의 출연도 없었다. "'필로우맨'은 객석이 100석밖에 안 된다. 전회 공연이 다 매진돼도 관객은 4000명 규모다. 처음 할 때 이 연극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4000명이 안 된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다행히도 공연은 놀라운 성공을 기록했다. 초대권도 없이 전석을 정가 그대로 판매한 공연에 매 회 매진사례가 이어졌다. "공연을 오픈하고 딱 일주일 후 직원에게 매진이라고 전화가 오더라. 공연장으로 달려가 만원사례 기념으로 천 원씩 넣은 봉투를 관객들에게 돌렸다. 나랑 변정주 연출 둘이서 100장 봉투에 감사인사를 다 썼다." 공연을 몇 번이고 되풀이 보는 관객도 있었다. "한 학생 관객분은 15번을 거듭해 봤다." '필로우맨'의 성공은 한 대표에게 용기를 줬다. "유명한 배우 한 명 없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되는구나 싶은 자신감이 생겼다."


평소에 어떻게 작품을 선택하는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망설임 없는 답변이 돌아온다. "평소에 자료 조사를 많이 하고, 리뷰도 하나의 기준이 된다. 뉴욕이나 런던 시장은 꾸준히 관심을 갖고 본다. 지난해에는 1년간 뉴욕에 머물면서 내내 연극과 대본만 계속 봤다. 극단이 자리잡힌 후에는 창작극을 직접 제작할 계획도 물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몰리에르의 작품같은 프랑스 고전극도 좋아한다."


사실 한 대표 본인도 '무대' 출신이다. 국어책을 받으면 거기 실린 희곡부터 줄줄 외웠다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산에서 무작정 상경해 연희단거리패의 문을 두들겼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21살때의 결정이었다. "작품보다는 청소랑 빨래를 더 많이 해서(웃음) 이력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가치있는 경험이었다. 그 때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지금 배우와 스탭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꿈에 이끌려 찾아갔지만 배우로 사는 삶은 쉽지 않았다. 공연의 기쁨을 접어두고 광고회사에 다녔다. "처음 1~2년은 보고 병날까봐 일부러 공연을 안 봤다. 극장 가는 날은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떴다가 돌아오는 길엔 심란해지고...그러다가 2006년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를 만나 다시 공연 일을 시작한 거다."


성공적으로 출발한 올해를 뒤로 하고 지금 노네임씨어터컴퍼니는 내년에 올릴 작품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년은 극단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검증'이 이뤄지는 한 해다. 2013년의 문을 여는 작품은 3월에 시작하는 '히스토리 보이즈'. 작품을 보면서 체크해놨던 배우들, 스탭들에게 추천받은 배우들로 비공개오디션을 통해 학생 역 8인을 전부 캐스팅했다. 가능성이 있는 배우, 신선한 배우를 뽑는 데 주력했다. "역사와 가치관에 대해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지는 극이라 실제로 논쟁을 하지 못하면 연기를 할 수 없다. 12월 3주간 열리는 워크숍은 프랑스어와 음악, 연기까지 훈련과 공부를 진행하는 학교가 될 거다."


내년뿐만이 아니라 더 먼 미래에 대해서 한 대표는 낙관했다. "사실 연극은 과도기다. 지금은 2~30대가 관객의 주류를 이루지만,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관객층이 더 넓어져있지 않겠느냐.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연극을 본 관객들이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때까지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고, 그렇게 만들 거다."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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