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인방 투자수익률, 천당 갔다오긴 했는데..
코스닥 거품 빠지고 투자기업 실적 못미쳐..결국 1년새 '도돌이표 주가'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올해 잘 나가는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장기투자를 결심한 이도준(30)씨. 그가 고른 것은 엔터테인먼트 대장주인 에스엠이다. 그가 에스엠에 관심을 가진 것은 연초 한 소녀시대 삼촌팬의 수익률 성적표를 본 후부터. 소녀시대를 향한 팬심에 장기 투자했던 한 삼촌팬의 수익률이 900%에 달했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로 소녀시대 팬이었던 그의 경쟁심에 불을 지폈다. 너무 오르지 않았을까 한참을 지켜보던 그는 멈추지 않는 주가 상승세에 결국 8월말 에스엠을 질렀다. 1주당 5만6100원에 에스엠 1000만원 어치를 매수했고 그로부터 3개월여가 흘렀다. 그러나 현재 이씨는 장기투자를 결심했던 자신을 후회하고 있다. 지난 10월 7만원까지 급등했던 주가는 하루 아침에 하한가로 돌아서 그의 계좌에 마이너스 31%라는 씁쓸한 숫자만을 남겼다. 이제 그는 소녀시대가 원망스럽다.
중소형주의 반란으로까지 불리며 급등했던 코스닥 상장사들 주가에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아니 거품이 푹 꺼졌다.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이어오며 코스닥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바이오와 엔터주, 정치 테마주들이 연말이 가까워올수록 올해 상승분을 반납하며 도돌이표 주가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달리는 말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도 상당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지수는 488.03에 장을 마쳐 연초 506.79포인트보다 3.7% 떨어졌다. 하반기 들어 코스닥지수가 '형님' 코스피지수의 부진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며 540선을 재돌파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한 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코스닥상장사들의 주가 랠리 역시 종적을 감췄다.
코스닥지수가 540선까지 올랐을 때 가장 인기를 끌었던 종목은 에스엠과 JYP엔터테인먼트(JYP Ent.),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주다. 한류 열풍과 지수 상승 속 엔터주들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순항을 했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실적에 성장성까지 갖췄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엔터테인먼트업종 대장주인 에스엠은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200억원 이상으로 형성됐다. 목표주가도 덩달아 8만원 후반대까지 올라갔고 이에 화답하듯 에스엠은 지난 10월5일 7만16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에스엠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기대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어닝 쇼크로 인한 배신감에 기관투자자들은 에스엠을 투매했고 결국 전날 3만8700원으로 추락하면서 연초 주가 4만1197원(수정주가 기준)대비 6.06% 하락했다. 하반기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사정은 같아서 전날 5220원으로 연초(5970원) 대비 12.56% 떨어졌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만이 올해 최고가인 10만8700원 대비해서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전날 5만6200원으로 연초 대비 여전히 54% 수익을 내며 체면을 지키고 있다.
올해 코스닥 랠리의 또다른 축이었던 바이오주와 정치 테마주들도 상승폭을 물리기는 마찬가지다.
분자진단기기업체인 씨젠은 전날 6만4000원으로 연초 주가인 7만4800원 보다 14.43% 낮은 가격에 장을 마쳤다. 안철수테마주인 안랩은 전날 4만4500원을 기록해 연초 15만9800원에서 무려 72.15%나 떨어졌고 박근혜 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 EG, 보령메디앙스 등도 연초보다 못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종목들이 '향후 얼마나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을까'에 모아지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기대감이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데다 거래 자체가 늘지 않고 있어 수급에서도 문제가 크다. 고객예탁금이 16조∼17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 기관들 마저도 관련주에 대한 매도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과거 코스닥지수 랠리 속에 일부 실제 실적보다 주가가 더 잘 가는 기업들이 있었지만 결국 다 거품이 꺼졌었다"며 "실제 실적에 걸맞은 주가를 보이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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