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졸업을 앞둔 학기말이지만 구로중 중3교실에는 활력이 넘친다. 하루종일 지루하게 이어지는 자율학습 대신 아침부터 반별로 뮤지컬 연습이 한창이다. 구로중학교는 지난 11월 첫째주부터 뮤지컬 전문강사들을 초빙해 중3담임교사 및 11개교과 담당 교사들과 협력수업을 진행해왔다. 중3 전교생이 참여하는 이번 뮤지컬 공연은 7일 반별로 치러지는 예선을 거쳐 오는 20일 구로구민회관에서 무대에 오른다.
홍진표 구로중 음악교사는 "11월 초면 기말고사가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정상적인 교과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남은 두달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해오다가 지난해부터 뮤지컬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구로중을 비롯한 17개 중학교에서 중3 전환기의 통합수업 교육과정으로 연극·뮤지컬 창작 체험 발표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홍 교사는 뮤지컬 수업의 장점으로 모든 교과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국어시간에는 대본 작업, 음악과 체육시간에는 노래연습과 춤연습, 미술시간에는 무대미술과 소품 만들기 등 각 교과수업시간을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뮤지컬 제작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난 5월 오디션을 거쳐 학급당 2명씩 총 22명의 연출자(PD)를 뽑았다. 연출자를 중심으로 학생들은 학기 중 틈틈이 학급회의 등을 통해 뮤지컬 주제를 정하고, 대본을 만드는 등 작업해왔다. 11월부터는 보컬, 댄스, 연기부문을 지도하는 전문강사 3명이 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학생들의 뮤지컬 수업참여도는 100%에 이른다. 학생들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배우 역할뿐만 아니라 무대미술, 소품, 음향, 조명 등 스텝 역할까지 나눠 맡으며 반 전체가 뮤지컬 연습에 동참하고 있다. 홍 교사는 "예선 심사기준을 마련할 때 축구부 학생들이 무대에 오르면 가산점을 준다고 하자 모든 반에서 축구부 학생들까지 무대에 세우기로 했다"며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뮤지컬 한편이 학교에 가져온 변화는 적지 않다. 홍 교사는 "뮤지컬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학년 말마다 반복됐던 지각·결석사태와 비행·탈선문제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며 "두달간 학생들끼리 부딪히고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왕따였던 학생까지 함께 어울리는 것을 보면서 인성교육에도 좋은 프로그램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홍 교사는 "지난해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해도 뮤지컬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올해 학생들은 지난해 선배들의 공연을 직접 눈으로 보고나서인지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교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도 많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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