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2000년 이후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뚜렷한 모멘텀이 없을때 많은 투자자들이 태평양 건너 밤에 나온 지표를 확인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지표가 좋게 나오면 증시도 강세를 보이고, 반대의 경우, 주가는 밀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항상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표가 나쁘게 나와야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경기 침체를 알리는 지표가 나와야 연방준비제도(FED) 등의 부양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매수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로 바뀌는 것이다.
◆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3일 발표된 미국 11월 ISM 제조업 지수는 49.5로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항목별로는 신규 주문과 재고 감소, 고용 악화 등이 전체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시장에서는 허리케인 샌디와 재정절벽으로 인한 일시적 부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향후 재정절벽 해결시 제조업 회복세가 재개될 것이며, 지표 부진은 정치권과 연준을 압박할 수 있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나쁜 뉴스가 곧 좋은 뉴스’라는 시각이다. 5일 발표된 ISM 서비스업 지수는 예상치를 상회한 반면, ADP 11월 민간 고용은 11.8만 명 증가해 10월의 15.8만 명과 블룸버그 예상치 12.5만 명을 하회했다.
연준으로서는 경기 진작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의 필요성을 당분간 견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음주 FOMC 회의를 앞두고 발표되는 7일 고용 지표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공격적인 양적 완화 조치를 거둬야 한다는 '매파'와 확실한 경제성장을 위해 양적 완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비둘기파'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을 요청한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는 이번 협상이 앞으로 사흘간 최대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양측의 재정절벽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당장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지만 결국 합의는 도출될 것이고, 시장은 언제나 한 발 앞서 움직인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중국발 훈풍에 힘입어 KOSPI가 60일선을 회복하며 1950선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상승종목 수(365개 종목)가 하락종목 수(444개 종목)를 크게 밑돌 정도로 종목별 매기 확산은 여전히 제한적인 모습이다. 투자심리가 일부 개선되고는 있지만 미국 재정절벽 이슈 등 대내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일종의 풍선효과를 야기하면서 소수 종목만이 시장을 이끄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고, 이는 시장 전체의 거래대금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래대금(거래량)은 주가에 선행 또는 동행한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과거의 거래대금 수준과 KOSPI의 패턴을 보면 극단적인 거래감소 이후에는 KOSPI가 추가 하락하기보다는 반등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시가총액대비 거래대금 비율이 -1표준편차를 크게 하회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60일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도 거래대금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OT(Operation Twist) 종료를 앞두고 FED가 추가적 자산매입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과 한국 증시가 상승 분위기다OT는 장기국채 매입을 위해 단기국채를 매도했지만 FED의 단기국채 보유량 급감으로 추가적 자산매입을 위해서는 화폐 발행을 선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시장의 발목을 잡는 문제가 재정절벽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정책은 목적과 효과에 있어서 모두 방어적인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적완화의 형태가 된다면 달러약세와 환율전쟁 심화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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