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여론 진정용 비난 목소리…"독립해야 제기능"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내부 단속에 바빠진 검찰의 감찰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냈다. 뒷북 감찰, 여론 진정용 감찰에 이어 감찰조직이 권력 다툼에까지 이용되면서 자정작용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감찰조직을 독립시켜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5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지난 한 달 간 감찰을 하거나 감찰에서 수사로 전환했다고 알려진 현직 검사만 6명에 이른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광준 검사를 비롯해 '성추문' 전모 검사, 변호사를 알선해준 혐의가 있는 박모 검사는 이미 감찰에서 수사로 전환 됐다.
또 편파수사 의혹이 있는 광주지검 강모 검사, 문자메시지 파동을 일으킨 윤대해 검사에 대한 감찰은 아직 진행 중이다. 대검 감찰위원회는 전 검사에게는 해임을 권고했고, 윤 검사에게는 제출받은 사표를 수리하는 경징계 의견을 냈다.
앞서 감찰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의견 충돌을 빚은 최재경 대검중수부장은 감찰 결과 무혐의 처리됐다. 그러나 문책성 인사 차원에서 전주지검장으로 전보 발령된 상태다.
검찰 조직의 감찰을 담당하고 있는 대검 감찰본부의 활동이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 밖에서는 오히려 검찰의 감찰시스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강하게 들려온다.
지난달 8일 처음 알려진 김광준 검사 사건의 경우 수년에 걸쳐 뇌물을 받아왔지만 이 사실을 먼저 파악한 건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성추문 검사' 사건 역시 먼저 언론에 보도된 후 감찰에 착수 수사로 전환되면서 '뒷북 감찰'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은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검찰 내부 문제로 퇴진 압력을 받은 검찰총장이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중수부장이 반발하자 검찰총장이 진행 중인 감찰 자료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검찰의 감찰 시스템의 문제는 이 역할을 맡고 있는 대검 감찰본부 조직의 한계 때문이라는 공통적인 지적이 뒤따른다. 감찰본부장은 전임 홍지욱 본부장부터 외부에서 非검사출신 인물을 영입하고 있다. 현재는 이준호 본부장이 7월부터 조직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감찰 1과와 2과는 각각 4명과 3명의 현직 검사가 담당하고 있어 지시를 내리는 본부장과 부하직원의 소속이 다르다.
또 검찰 전체를 감찰하면서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있다는 한계도 가진다. 좌세준 민변 사무차장(변호사)은 "제도의 한계 때문에 자체 비리 수사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민감한 상황일 때 감찰 얘기가 한참 나오다가 이슈가 벗어나면 있는 듯 없는 듯한 조직이 된다"고 지적했다.
감찰의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를 검찰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사전예방 기능을 해야 할 감찰이 언론에 먼저 문제가 제기되고 경찰이 수사한 후에 마무리를 짓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이 검찰이 아닌 외부에 조직으로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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