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류현진. 입단 조건 합의만을 남겨뒀지만 좀처럼 계약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예견된 수순이다.
LA 타임스 인터넷 판은 4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가 류현진과 계약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라는 기사를 통해 류현진의 협상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저스와 류현진의 계약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이를 인정하며 “현재의 진행 속도는 계약 체결에 도달하기에 불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다저스 측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건 아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논의는 계약 조건을 제시받으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진 충분히 예견된 풍경. 류현진의 계약 최종 마감 시한은 11일이다. 앞서 스탠 카스텐 다저스 사장은 “류현진과의 계약은 윈터미팅(12월 4일~6일)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감 5일 가량을 남겨두고 테이블을 마련해 보라스의 언론플레이에 휘둘릴 여지를 최소화하겠단 심산이었다.
다저스의 예측대로 보라스는 언론플레이를 했다. 지난달 16일 리포니아 주 뉴포트비치에 위치한 보라스코퍼레이션 사무실에 류현진과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보라스는 “류현진은 빅리그에서 뛸 준비가 돼 있다”며 “팀에서 3선발을 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류현진의 입을 단속했다. 출국 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하도록 지시했고, 기자회견에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내내 유지하도록 했다. 미국 기자들 앞에 선 류현진은 “그냥 대전구장에서 던진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던지면 될 것 같다. 메이저리그나 한국 야구나 다를 게 없다. 야구는 다 똑같다”라고 말했다.
한동안 조용했던 양 측의 신경전은 다시 발발했다. 포문을 열어젖힌 건 다저스. 이번 기사를 작성한 딜런 에르난데스 LA 타임스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속도로 (계약이) 진행되면 류현진과 계약하지 않을 수 있다(Colletti: At this pace, a deal with Ryu won't get done)”라는 콜레티 단장의 말을 전했다. 이는 쓸데없는 엄포에 가깝다. 카스텐 사장의 계약 시기 발언과 정반대되는 의미를 지닌 까닭이다. 더구나 콜레티 단장은 이날 야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계약의 진행 속도뿐”이라며 “류현진과의 계약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앞뒤가 다른 발언은 보라스에게 오히려 역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있다. 다저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잭 그레인키, 카일 로시, 라이언 템스터, 애니발 산체스 등을 눈여겨본다. 어떤 선수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류현진의 계약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다저스가 추진하고 있는 에이스급 투수들을 겨냥한 트레이드도 류현진에게는 적잖은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불발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다. 다저스는 전력 보강은 물론 ‘국제적 위상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류현진의 영입을 시도했다. 더구나 구단 측은 전 경기 독점 중계권을 건네는 대가로 FOX 및 타임워너케이블과 5년간 25억 달러 수준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류현진이 맡게 될 역할은 결코 적지 않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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