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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봐야 돼?] '그 사람'도 지루해 할 영화 '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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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봐야 돼?] '그 사람'도 지루해 할 영화 '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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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한 포털 사이트에 ‘그 사람’을 찬양하는 카페가 개설돼 한 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과’에만 역사가 너무 주목한다, 그 것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공’을 보자” 정도가 아마 그 카페 회원들의 일관된 생각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그 사람’에 대한 공분은 나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 재산 29만 원으로 지금까지 수천 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를 막아내는 재주를 보고 있자면 정말 ‘그 사람’의 능력은 신에 버금가는 그 어떤 무엇이 있는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비록 광주 출신이 아니라도 그 시절을 기억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호의를 가질 비논리적 성향의 사람은 존재하기 힘들다. 그런 가운데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제작되고 또 개봉됐다. ‘그 사람’을 암살하기 위한 영화 ‘26년’이다.

[이 영화 봐야 돼?] '그 사람'도 지루해 할 영화 '26년'

개봉 뒤 반응이 폭발적이다. 이미 예상했던 결과다. 먼저 이 영화의 기획은 2008년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설명 불가능한 ‘외압’에 번번이 제작이 무산됐고, 한국 영화사상 최초인 제작 두레 방식으로 만들어 졌다. 무려 1만 5000명이 7억 원의 돈을 선뜻 기부했다. 가수 이승환은 10억 원을 냈고, 영화 주제곡까지 참여했다. 광주민주화항쟁의 시발점이자 원인인 ‘그 사람’을 죽이자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한에 서린 ‘26년’이란 시간(지금 시점이라면 32년이 맞겠지만)은 결코 그 무엇으로도 보상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기획 자체만으로도 그 통렬함은 꽤 짜릿했다. 그 소식에 온라인은 '멘붕'에 빠졌다. 이제 이 영화는 안보면 매국노다. 한 평론가는 혹평을 가했다가 영화 제작진의 원색적인 비난을 들어야 했다. 네티즌들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 대한 혹평은 곧 '그 사람' 찬양자 혹은 매국 행위로 간주한 채 공격 중이다. 영화 '26년' 그 만큼 의미가 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인가.


언론시사회 당시 분위기로만 보자면 분명 혹평 쪽에 가까웠다. 단순하게 의미 자체에 무게를 두고 옹호해야 할 영화는 절대 아니다. 의미 자체는 이미 영화를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 준 ‘제작두레’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방해 공작에서 찾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결과물의 만듦새가 미흡하다거나 재미 자체의 방점을 찍는 것도 무의미한 것 같다. ‘26년’의 가장 큰 오류로 지적하고 싶은 게 바로 작품 자체가 가진 ‘감정’이다.

[이 영화 봐야 돼?] '그 사람'도 지루해 할 영화 '26년'

먼저 ‘26년’은 창작이 아닌 원작이 있는 영화다.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동명 작품이 기반이다. 책이나 영화 모두 ‘복수’란 키워드에서 접근한 방식을 따른다. 그럼에도 영화에서만 오류로 지적하고 푼 이 ‘감정’은 원작 자체가 담은 ‘기억’과 ‘한’의 그것이 아니다. 그냥 개인감정을 단순한 배타적 복수의 감정으로 치환시켜 버렸다. 거대 담론으로 끌고 갈 감정 처리의 연출을 한 낯 개인의 원한으로 풀어버린 꼴이다.


다시 말하면 135분의 러닝타임을 오로지 개인사로만 끌고 간다. 그렇다면 원작은 어떤가.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사연,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와 정당성 결국엔 독자에게 질문하는 스토리라인의 기승전결구조가 뚜렷했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의 기본 플롯만 차용한 채 정작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는 단순화 시켜버렸다. 사연이나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영화적 재미는 애당초 관심 밖이었다. 대중들의 일반화 된 감정을 건드리는 데만 집중한다. 비교 대상으로 ‘남영동1985’가 있다. 고 김근태 의원과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이 두 주인공이다. 영화는 두 사람의 얘기에 집중하지만 결국 ‘고문’에 대한 서사와 그 시절 아픔을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들의 무지한 기억, 여기에 두 사람 모두 피해자는 아닐까란 영화적 접근법의 시도를 보여준다.

[이 영화 봐야 돼?] '그 사람'도 지루해 할 영화 '26년'


반면 ‘26년’은 그 어떤 모양새라고 해도 칭찬 받아야만 했던 영화다. 그렇기에 이런 접근 방식은 분명 영화를 감상하는 또 다른 시각의 극소수 관객을 무시한 오만이자 독선이다. ‘동의하기 싫으면 보지 말라?’는 의도였나. 소재 자체가 실화를 녹인 팩션이다. 일반화에 기댄 이런 단순화로는 결코 감동의 여운을 오래 끌고 가지 못한다.


제작진의 오만도 이 영화의 숨은 오류 가운데 하나다. 먼저 원작과 이 영화가 만들어 낸 지금의 팬덤 현상은 단 한 가지다. ‘그 사람’의 뻔뻔스러움과 작품 자체의 드라마틱함에 있었다. 그것은 ‘관심’이란 대중적 공감대로 형성되면서 꼭 봐야 될 영화가 아닌, 꼭 만들어져야 할 영화로 ‘26년’을 키워 놨다. 그럼 제작진은 최소한 관객들에게 그 보답을 해줘야 한다. 이건 ‘26년’에 대한 예의며 제작두레의 호소에 대답한 회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과가 절대 그렇지 못했다.


‘그 사람’을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출발하자면 각자의 캐릭터들이 모인 팀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설명이 필요했다. 섞일 수 없는 이들이 단순히 ‘피해자’란 이유로 모여서 거대한 프로젝트를 이뤄야 했다면 그들의 감정과 그럴 수밖에 없는 당위성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단지 “그 사람은 나쁜 놈, 우리는 나쁜 놈을 죽인다. 봐라” 정도의 한 줄 코드로 135분이 진행된다. 그 어떤 드라마틱한 과정도 없다. 그 어떤 감정의 굴곡도 없다. 이미 알고 있는 ‘그 사람’의 뻔뻔함을 관객은 몇 천 원씩을 내고 봐야만 한다. 글쎄 이 정도의 동어 반복적 의미를 모르는 관객들이 있을까. ‘그 사람’을 모르는 10대들에 대한 교훈 또는 교육적 목적의 영화인가.

[이 영화 봐야 돼?] '그 사람'도 지루해 할 영화 '26년'


결국 제작진은 대중들이 가진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노리고 시간에 쫓겨 만들어 내야 했던 이유가 있지는 않았을까. 영화도 어떻게 보면 단순한 돈벌이에 불과하다. 시기도 적절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그 사람’의 발자취가 묻어 있는 한 정당의 반대급부 몰이를 노린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괴물’이란 대한민국 영화사상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낸 제작사의 선택이 이토록 눈에 보이는 뻔 한 결과물로 호소력 작전을 펼쳤을까.


강풀 원작의 가장 큰 위험성은 이미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구성력에 있다. 원작의 탄탄한 만듦새는 오히려 영화화에 최대 걸림돌이다. 그 만큼 연출자의 ‘운신의 폭’을 제약한다. 2008년 기획 당시 2009년 개봉을 목표로 ‘29년’으로 기획된 영화다. 차라리 보다 철저한 기획력과 스토리의 다듬을 거쳐 내년 개봉을 목표로 ‘33년’으로 기획됐다면 어땠을까.


영화 속 진배(진구 분)가 말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어”라고. 흥행을 목표한 마케팅의 승부수는 이렇게 던져진 것이다. 설사 조악한 결과물이라도 어쩌겠나. 29만 원이란 푼돈으로 무려 33년을 세상이 던지는 집중포화의 비수들을 막아내고 있는 신출귀몰한 ‘그 사람’을 단죄하겠다는 데. 이 보다 더한 쾌감이 있을까. 하지만 그 사람이 본다면 분명 그러지 않을까. 영화 속 ‘그 사람’(장광 분)도 그러지 않나. “지루하구만.”

[이 영화 봐야 돼?] '그 사람'도 지루해 할 영화 '26년'


영화 ‘26년’, 선택의 잘못과 판단의 잘못이 ‘그 사람’ 집의 담벼락에 돌담 하나를 더 얹어 주는 꼴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물론 지금의 흥행이 한 순간의 팬덤으로 끝나기를 절대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다.




김재범 기자 cine51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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