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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법부, 93년만에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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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이집트 사법부가 전면적인 파업상태에 돌입했다. 93년만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집트 헌법재판소가 2일(현지시간) 제헌 의회의 합법성 여부를 가리는 재판을 시위대의 방해로 연기하는 동시에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고 이집트 국영TV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이집트 대법원과 각급 지방법원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무르시 대통령의 새 헌법 선언문에 반대하며 이미 지난달 말 파업에 돌입했다.


이집트 사법부는 지난 1919년 당시 영국의 식민지배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에 전국의 판사들도 합류하며 파업한 이래 93년만에 법정의 문을 닫아 걸었다.

헌재는 이날 이슬람주의자들이 장악한 제헌 의회의 합법성을 판단해 해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헌재의 재판 연기 및 파업 선언은 이날 오전 이슬람주의자를 주축으로 한 시위대 수 천명이 카이로 헌재 청사 주변을 에워싼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날 밤부터 모여든 시위대가 헌재 청사를 둘러싼 채 재판관들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면서 헌재는 제헌의회에 관한 안건을 처리할 수 없게 됐다.


헌재는 성명을 통해 재판 재개 시점을 언급하지 않은 채 "행정상의 이유로 재판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이런 환경에서는 헌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재판관들이 어떠한 심리적, 물질적 압력 없이 업무를 집행할 수 있을 때까지 업무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이집트에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주의 세력과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구축된 사법부 조직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헌재의 파업 결정에 이어 전국 판사들의 대표조직인 판사회는 성명을 통해 오는15일로 예정된 헌법초안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를 감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집트에서는 전통적으로 판사들이 선거 감독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런 가운데,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정당과 단체들은 4일 대통령궁 앞에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4일 시위를 "마지막 경고"라고 규정한 뒤 혁명을 좌초시키는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동시에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헌법 초안 조문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이 이끄는 정당도 참여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사법기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대통령령과 선언문이 최종 효력을 갖는다는 내용 등이 담긴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는 뒤이어 제헌의회의 승인을 거친 헌법 초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오는 15일 실시하기로 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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