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민주화운동 상징인 타흐리르 광장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새 헌법선언문 발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무르시 대통령이 취임한 올해 6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약 10만명의 시위대가 타흐리르 광장에 운집해 무르시 정부에 새 헌법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부 시위대는 진압경찰과 충돌했으며 최루탄과 돌이 난무하는 가운데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에는 이집트 야권을 비롯해 사법·언론계 관계자와 주요 정당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무르시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규탄하는 시위대들의 반대 구호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밤이 되면서 시위 군중의 수는 더욱 늘어났으며 지난해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 요구 시위 당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격렬해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번 무르시 규탄 시위는 수도 카이로 뿐만 아니라 제2 도시 알렉산드리아, 페이윰, 카프르 엘 셰이크, 소하그, 다미에타, 샤름 엘 셰이크 등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
무르시 대통령은 전날 사법부의 의회해산권 제한, 대통령 권한 대폭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새 헌법 선언문 발표를 강행한다고 밝혀 이집트 정국 불안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그는 최고 사법기관인 최고사법위원회 대표들을 만나 새 헌법 선언문은 주권과 관련된 사안에 제한적이고 한시적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지만, 야권은 "새 헌법 선언을 취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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