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미국의 3·4분기 경제 성장률 수정치가 전달에 발표됐던 예비치를 상회하며 상향 조정됐다. 수치상으로는 개선됐지만, 내용상으로 볼 때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재) 3·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연률기준으로 2.7%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잠정치 2.0%보다 0.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표상으로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장률 증가가 기업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성장세라는 점에서 지표 개선의 의미는 반감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설명했다.
기업재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기업들이 소비가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상품을 쌓아놨지만, 소비가 이를 받쳐주지 못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FT는 기업 재고 덕에 미국 경제 성장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모멘텀을 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재정절벽의 충격에 보다 취약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연금기업 TIAA-CREF의 팀 하퍼 자산 운영자는 생산이 늘고 있으며 주택경기 또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등 전반적인 미국 경제 상황은 좋다면서도 “이번 3·4분기 지표에서 중요한 대목은 기업 재고가 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시티그룹 투자연구소의 스티븐 위팅 미국담당 이코노미스트 역시 기업들이 재고를 더 늘리지 않는 이상 “3·4분기의 성장세는 4·4분기에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4·4분기 경제 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소비지출은 지난번 발표됐던 잠정치에서는 연율기준 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번 수정치에서는 1.4%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왔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당초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2% 감소한 것으로 정정됐다. 장비 및 소프트웨어 투자도 예비치에서는 보합세를 기록했지만, 이번 수정치에서는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FT는 미국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을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미국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2만3000건 감소한 39만3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 전망치는 39만건 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에서는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잠정 주택매매 지수는 전달보다 5.2% 오른 104.8을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주택 지표 덕분에 건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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