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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과 불확실성의 시대, 매입·투자보다는 '빌려쓰기·빌려주기'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정재우 기자, 박미주 기자]◆판교 오피스 편법 임대 극성=판교신도시에서 오피스 '임대 난(亂)'이 벌어지고 있다. 오피스 물량이 적어서가 아니다. 사옥 용도로 부지를 분양받은 업체(컨소시엄)들이 사옥 일부를 임대로 내놓으며 공급이 폭증해서다. 공실률 증가를 우려한 임대용 빌딩 사업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면 충돌하고 있다.

29일 판교 오피스 임대업계에 따르면 최근 판교 테크노밸리내에서 포스코 U스페이
스, 한화H스퀘어, 삼환 하이펙스 등 임대용 오피스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오피스 빌딩은 테크노밸리 내 연구지원용지에 지어졌다. 건축주들은 애초부터 오피스(상가포함) 임대 사업을 목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토지를 분양받았다. 경기도와 토지공급 계약을 맺으며 U스페이스는 35.25%(이하 연면적 대비), H스퀘어 37.1%, 하이펙스 61%를 각각 임대놓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인근 일반연구용지에서 사옥 용도로 토지를 분양받은 업체들이 사실상 임대사업을 시작하면서 빌딩사업자간 불협화음이 나기 시작했다. 일반연구용지는 판교 테크노밸리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첨단 기업의 사옥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급됐다. 경기도는 이런 용도에 맞게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토지 공급 계약당시 임대비율을 0~10% 안팎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사실상 사옥 이외의 용도로는 쓰지 못하게 한 셈이다.


이노밸리나 판교밴처밸리 빌딩의 임대비율은 제로(0%)다. 온라인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와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이 비율이 각각 12.8%, 18%다. 사옥으로 쓰고 남는 공간의 극히 일정 부분만 임대를 놓을 수 있도록 돼있다. 대신 토지를 감정가로 싸게 공급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이에비해 임대사업이 가능한 연구지원용지의 경우 경쟁입찰을 통해 공급돼 일반연구용지에 비해 땅값이 두 세배 비싸다. 임대료가 연구용지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연구용지에 들어선 빌딩 사업자들이 임대비율을 어기고 임대사업을 하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판교 오피스 빌딩 분양 관계자는 "일반연구용지 빌딩 사업자들이 공공연히 오피스 분양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토지를 싸게 공급받아 임대사업까지 하는 특혜를 누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V빌딩(가칭)의 경우 사옥용도로 빌딩을 지은 컨소시엄 참여 업체(9개 업체) 외에 16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빌딩은 임대비율이 3%에 불과해 사실상 임대를 거의 할 수 없다. 다른 관계자는 "임대로 입주하는 업체들의 경우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구지원용지 입주 업체들이 경기도에 진정서를 내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토지공급 계약에 따르면 사업자가 사업계획 내용 내용과 다르게 빌딩을 이용해 사업목적을 훼손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사업자는 빌딩을 철거하고 원상태로 경기도에 반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전체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일반연구용지의 경우도 10% 안팎에서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내놨지만 임대사업자들의 반발로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내년 1월 중 전체적인 실태조사를 거친 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조
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집은 안 짓고…부동산 임대장사로 수익 메우기=건설사들이 임대관리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새 아파트가 잘 팔리지 않아 리스크가 커진 주택부문을 살리기 위해 부동산 운용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인가구와 저금리기조에 따른 월세비중 증가 등의 사회적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 ㈜신영, 한라개발 등이 자회사 설립 등의 방식으로 주택임대관리업에 본격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도 계열사인 대림I&S를 통해 주택임대관리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KT도 자회사인 KTAMC(자산관리회사)를 통해 주택임대관리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주택임대관리업' 신설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주택 임대관리시장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초 주택임대관리 합작법인 '우리레오PMC' 관계자는 "롯데건설과 한라개발 등의 임원들이 창립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며 회사차원의 임대관리업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임대관리업을 배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GS건설 자회사인 ㈜이지빌은 이미 부산에서 임대관리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면서 "KT, 신영 등도 자회사 방식으로 임대관리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사 외에 중소 건설사들도 전문 임대관리회사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관리업체가 임대주택을 제대로 관리해 임대수익을 보장받게 될 경우 임대주택 공급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중소 건설사들은 지방 등지에 민간임대아파트를 지어놓고도 운영을 잘 못해 파산하는 사례가 적잖았다.


게다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임대관리업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건설사들의 주택임대관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일본에서 국내 임대관리사업의 장래를 보고 국내 업체인 우리관리와 합작해 법인을 만들어 업계의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일본 시스템이나 영향력, 노하우를 받아 임대관리사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투자益 보다도…임대수익이 영업익 앞질러=증권사들이 불황에 시달리면서 영업이익 대비 임대료 수익 비중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옥을 소유한 일부 증권사들이 챙기는 임대료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의 경우 상반기 임대료 수익이 전체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증권사들이 소유한 부동산을 임대해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보다 1.3%가량 줄어든 총 562억4300만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경기 역시 부진했지만 증권사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던 셈이다. 덕분에 전체 순이익에서 임대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4.6%에서 8.3%로 3.7%포인트나 올랐다. 증권사의 순익 감소폭이 훨씬 컸던 탓이다.


회사별로 신한금융투자의 상반기 부동산 임대료 수익이 88억8100만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가장 많았다. 임대료 수익도 5억원 이상 늘었다. 신한금융투자 사옥 바로 옆에 서울국제금융센터(IFC)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중심상권의 이동으로 부동산 가치가 높아져 임대수익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증권, 교보증권이 임대료로 각각 56억6800만원, 54억7600만원씩을 벌어 임대료 수익 2, 3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102억원을 번 교보증권은 부동산 임대수익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3.5%로 절반을 넘었으며 영업이익 대비 임대료 비중은 76.5%나 됐다.


43억8600만원의 임대료 수익을 챙긴 유화증권의 경우 임대료가 전체 순이익(54억1700만원)의 81%를 차지했으며 영업이익(28억4700만원)의 154%에 달했다. 회사가 상반기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보다 보유 부동산을 통해 챙긴 수익이 1.5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 밖에 하나대투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당기순익에서 임대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0.6%, 23.7%로 20%를 훌쩍 넘겼다.


한편 작년 61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챙겼던 대신증권은 강남지점 빌딩을 올 초 650억원에 매각하는 등 보유 부동산을 잇달아 처분해 임대수익이 46억6600만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익 기자 window@
정재우 기자 jjw@
박미주 기자 beyon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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