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선거란 무엇인가

시계아이콘01분 40초 소요

[데스크칼럼]선거란 무엇인가
AD

상식처럼 된 얘기, 그러나 결코 상식으로 굳어져선 안 될 얘기들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종교와 정치 얘기는 가급적 삼가라"는 것이다. 나라의 장래부터 일상의 삶에 이르기까지 정치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오히려 가장 많이 얘기해야 할 게 있다면 그거야말로 '다른 모든 것을 지배하는 최고의 예술(아리스토텔레스)'로서의 정치에 대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피해야 할 게 있다면 그건 지극히 협애한 정치, 결과가 모든 걸 용납시키는 정치술과 정치공학으로서의 정치 이야기일 것이다. 그 같은 정치담론은 그 무성함이 범람을 걱정해야 할 정도지만 그 풍요는 빈곤의 이면일 뿐이다. 그건 정치라는 이름의 반(反)정치일 뿐이며, 정치의 이름으로 정치를 죽이는 것일 뿐이다.

과잉과 결핍, 그것은 우리 정치의 음과 양이다. 과잉은 결핍을 낳고, 결핍은 다시 과잉을 부른다. 최고의 의서지만 뛰어난 정치서로도 읽히는 허준의 '동의보감'이 인체의 양극사음(陽極似陰), 음극사양(陰極似陽)을 얘기했듯 정치의 과잉이 정치의 결핍을 부르는 역설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바야흐로 정치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맞고 있다. 선거 중의 선거이며 한 사회의 정초(定礎)로서의 대통령선거는 주기적으로 주어지는, 주(主)로서의 민(民)을 확인하는 기회다. 선거는, 특히 대선은 정치와 민주주의에 갱생의 기회다. 민주주의를 완성된 제도가 아닌 성장 진화하는 '살아 있는 민주주의'로 이해한다면 선거는 그것의 뼈와 근육을 새롭게 하는 수혈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정치의 왜곡의 덫은 선거 또한 피해가지 않는다. 정치가 빠진 재난과 연옥의 늪은 선거도 수혈이 아닌 제물로 삼키고 있다. 아니 선거 자신이 정치의 왜곡을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주인으로서의 민(民)들은 들떠 있긴 하지만 구경꾼으로 물러나 있다. 자신이 임명한 하인들에 의해 대상화되는 기이한 전도 현상이 선거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사육제에서 국민의 열광과 무지는 서로 협력해, 참여할수록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역설을 빚고 있다.


이 갱생과 부활의 축제에서, 국민이 구경꾼이 아닌 주인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하룻밤 주연(酒宴)이 아닌 후보와 국민 간에 신성한 계약을 맺는 제의로 만드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이 축제에는 가면과 술이 필요치 않다. 대신 혜안과 자기학습, 권리와 함께 진지한 의무감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에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쳐내는 마법이란 없다. 혹여 마법과 기적이 있다면 그건 지리한 논쟁과 학습으로만 얻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 대선을 하나의 시험이라고 한다면 진정 시험받고 있는 건 후보들이 아니며 우리 자신이다. 선거는 후보 이전에 국민의 자격을 묻는 것이며, 진정한 주인될 자격을 묻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선거는 후보들 간의 선택 이전에 우리 자신에 대한 선택이다. 그건 자기 마음 속의 이성과 무지 간의 선택이며, 자신 속의 우중(愚衆)과 공중 간의 선택이다. 바라바 대신 예수를 십자가에 매단 우중이 아닌, 자신이 헌법기관이며 유능한 시민임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과할 때 우리는 무력한 시민이 아닌 전능한 주재자로서의 국민임을 입증하는 것이며, 보이지 않는 민주주의의 문지기에게 주민증이 아닌 시민증을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선거의 진정한 승리는 자신이 뽑은 후보의 승리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주인과 시민으로 입증할 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맘껏 즐기자, 이 축제를. 단, 백가쟁명으로써 공허한 사육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축제로, 한국 사회 갱생의 부흥회로 만들어보자. 그리하여 우리 자신이 자격 있는 주인임을 보여주자.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